칠판 사진을 남기기 시작한 이유
지난달 목요일 5교시였어요. 2학년 교실에서 결석했던 학생에게 전날 풀이를 다시 설명했는데, 제 공책에는 답만 남아 있어서 칠판에 식을 처음부터 다시 썼어요.

그날부터 지우기 직전 칠판 전체를 한 장씩 찍었어요. 학급 게시판에 올리면 빠진 학생도 따라올 수 있겠다 싶었는데, 며칠 뒤 한 학생이 식이 너무 작고 창문 빛도 비친다고 했어요.
사진을 확대해 보니 분수선이 거의 안 보이더라고요.
그다음부터 풀이 흐름이 바뀔 때마다 칠판을 나눠 찍고, 사진을 찍을 때는 빔프로젝터도 잠깐 꺼요. 화면은 선명해졌어요. 근데 사진이 많아지니 어디부터 볼지 애매했어요.
요즘은 수업 끝 2분을 남겨둬요. 핵심 식 한 줄과 부호를 자주 틀리는 계산만 다시 적어 그 부분을 가까이 찍고, 날짜와 단원명을 붙여 올려요. 학생 얼굴이나 이름이 찍히지 않았는지도 한번 봐요.
처음에는 수업 2분을 사진에 쓰는 게 아깝지 않나 싶었어요. 그래도 다음 시간에 같은 풀이를 다시 묻는 일이 조금 줄었고, 저도 설명이 길어진 대목을 사진으로 보게 되고요.
판서를 전부 기록하려고 하면 손이 바빠져요. 결석한 학생이 풀이 순서를 짚을 정도면 충분한 것 같고, 숙제 답까지 담지 않는 것도 은근히 필요했고요.
내일은 칠판 한쪽을 조금 비워 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