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리스트를 같이 고쳤다
지난주 월요일 데이 근무 전, 병동 스테이션에 체크리스트를 펼쳐 놨어요. 인계 준비하는 선생님들한테 종이를 건네며 물었어요. “이 칸은 실제로 언제 확인해요?”
처음 만든 체크리스트는 제가 신규에게 매일 설명하는 일을 순서대로 적은 종이였어요. 설명했으면 표시하고, 한 번 보여 줬으면 확인받는 식이었죠. 그 정도면 빠뜨릴 일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요.
막상 병동에서는 바쁜 시간에 종이를 펼쳐 볼 틈이 없었어요. 같은 항목도 담당 선생님마다 확인하는 시점이 달랐고요. 신규는 누구 말에 맞춰야 하는지 다시 물었어요.
지난번에 썼듯이 한 번 보여 주고 사인받는 방식도 오래 안 갔어요. 보여 준 날에는 기억해도 다음 근무에서 바로 연결되지 않았거든요. 제가 설명을 더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그건 제 근무에 신규를 맞추는 쪽에 가까웠어요.
그래서 인계 전후로 근무가 겹치는 선생님들을 붙잡았어요. “이거 필요해요?”보다 “이걸 언제 봐요?”라고 물었어요. 질문을 바꾸니 종이에 적힌 순서와 실제 일하는 순서가 꽤 다르게 나왔어요.
지워진 항목도 생각보다 많았어요. 너무 기본적인 내용은 별도 안내로 빼고, 데이와 이브닝에 꼭 부딪히는 일은 시간대 옆으로 옮겼어요. 확인 칸은 신규 혼자 표시하는 칸 대신, 누구와 같이 봤는지 남기는 칸으로 바꿨어요.
종이 한 장 고치는 데 이렇게 여러 사람을 붙잡아도 되나 싶기도 했어요. 다들 바쁘잖아요. 그런데 교육 담당 혼자 만든 체크리스트는 제 설명 순서만 정확하게 남길 가능성이 컸어요.
수정본을 다시 출력해 스테이션 파일에 끼워 놓고 나니 빈칸이 전보다 줄었어요. 예쁜 문서는 아니에요. 그래도 실제 근무 중에 펜이 가는 자리는 좀 더 분명해졌어요.
지금 쓰는 종이에, 실제로 안 쓰는 칸은 얼마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