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책 한 권을 펴는 이유
“선생님, 아직 가방도 안 열었어요.” 오늘 목요일 아침 자습 시간, 아이들이 자리에 앉기 전에 그림책을 펼쳤다가 첫 몇 쪽을 거의 소란 속에서 넘겼어요. 의자 끄는 소리와 지퍼 여는 소리 사이로 제 목소리도 자꾸 끊겼고요. 책을 읽는다기보다 교실 소리에 문장을 얹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7월 첫째 주부터 아침 자습 10분에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도 비슷했어요. 처음에는 한 권을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가방을 정리하거나 옆자리와 말하는 아이를 기다리다 다시 읽기를 반복했어요. 저도 조급해지고 아이들은 첫 장면을 놓쳤지요. 며칠 뒤에는 표지와 두세 장면만 읽고, 책상 위에 책을 펼쳐 둔 채 그냥 준비할 시간을 줘 봤어요.
다음 날부터 칠판 한쪽에 책 제목만 적었어요. “듣고 싶으면 자기 자리부터 정리하고 앉아요”라고 말한 뒤에는 조용해질 때까지 첫 문장을 시작하지 않았고요. 한꺼번에 집중시키려 하지 않으니 먼저 준비한 아이들이 책 쪽으로 모였고, 그걸 보고 뒤늦게 앉는 아이도 생겼어요. 매일 잘되지는 않았어요. 받아쓰기 공책을 찾느라 10분이 다 가는 아침도 있으니까요.
세 달쯤 지난 요즘은 지난 책의 장면을 기억해 “그때 그 고양이랑 비슷해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어요. 늦게 온 친구에게 칠판을 가리키며 책 제목을 조용히 알려주는 모습도 봤고요. 그래서 고르는 기준도 조금 바뀌었어요. 두껍지 않고, 멀리서 그림이 보이고, 중간에 덮어도 아쉽게 이어질 책을 먼저 집어요.
오늘 읽다 만 책은 교탁 옆에 펼쳐 두었어요. 점심시간에 한 아이가 그 앞에 서서 다음 장을 혼자 넘겨 보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