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세 곳을 한 곳으로 줄이고 나서
지난달 토요일 저녁, 인천 집 식탁에 중2 아들의 학원 시간표를 다시 펼쳐 놓았습니다. 수학, 영어, 과학 칸이 평일 저녁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고, 그 옆에는 과목별 숙제가 적혀 있었습니다. 아들은 이동하고 숙제하느라 늘 늦었고, 주말에도 빠진 진도를 메우느라 쉬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학원을 줄이면 성적부터 떨어질까 겁이 났습니다. 세 곳에 연락해 숙제 양만 조금 조절해 보았지만, 아들은 달라진 게 없다고 했습니다. 숙제 한 장이 줄어도 가야 할 곳과 챙길 책은 그대로였던 것이지요.

아내와 아들에게 과목마다 실제로 도움받는 부분을 따로 물었습니다. 셋이 함께 이야기하면 아들이 부모 눈치를 볼 것 같아 시간을 달리했습니다. 영어는 학교 진도와 집에서 하는 복습으로 해볼 만했고, 과학도 교과서와 문제집을 다시 보는 쪽을 택했습니다. 수학은 혼자 막히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한 곳만 남겼습니다.
요즘 아들은 저녁에 그날 학교에서 막힌 문제 두세 개를 먼저 골라 둡니다. 저는 퇴근 뒤 답이나 풀이부터 말하지 않고 어느 줄에서 막혔는지 듣습니다. 저도 답답하면 연필을 빼앗듯 설명부터 할 때가 있습니다만, 그럴수록 아들 표정이 먼저 닫힙니다. 허허, 기다리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성적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녁 식탁에서 학원 숙제 대신 학교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일요일 오후가 비어 있는 모습은 확인했습니다. 줄일 때는 과목 수보다 아이가 실제로 어디서 도움을 받는지부터 묻는 편이 낫겠다 싶습니다.
빈칸도 시간표의 한 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