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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창의 물결

한
한지우
2026-10-14 09:48 127

자정이 넘어서야 외주 스케치를 멈췄어요. 화면을 오래 본 눈이 따끔거려 태블릿을 뒤집어 두고, 작업실 창문을 손가락 두 마디쯤 열었어요.

낮보다 낮고 긴 파도 소리가 틈으로 들어왔어요. 검은 유리에는 책상과 내 얼굴만 희미하게 떠 있었고요. 바깥은 보이지 않는데 물결은 자꾸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아니 그냥 피곤해서 그렇게 들렸는지도...

발치의 보리는 귀를 한 번 움직이고 다시 잠들었어요. 바람이 책상 위 종이 끝을 살짝 들었다 놓았어요. 사각거리는 흰 모서리. 한참 들은 것 같지만 아마 몇 분이었을 거예요.

창을 닫으니 방이 다시 방이 됐어요.

밤의 물결은 검었어요

한지우

페다고노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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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우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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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정수빈 2026-10-14 12:03

창을 닫으니 방이 다시 방이 됐다는 대목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작업실에서는 실제로 바다가 가까운가요?

한
한지우 2026-10-14 15:45

바다는 차로 조금 가야 해요. 그날은 창밖 소리가 유난히 파도처럼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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