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다음 소절
“아빠, 여기 서 있어.” 월요일 저녁, 밥을 먹고 난 뒤 딸은 거실 소파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알려준 도토리 노래라고 했습니다.
첫 소절은 도토리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거기까지는 알아들었습니다. 중간부터는 단어들이 한 덩어리처럼 들렸습니다. 제가 박수를 반 박자 늦게 치자 딸이 손을 내렸습니다. “다시 해야 해.”
또 처음부터.
가사는 본인도 정확히 모르는 듯했고, 입모양이 잠깐 비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는 순서와 딱 멈추는 자리는 분명했습니다. 어린이집 친구들이랑 같이 불렀다고 말할 때는 목소리가 조금 커졌습니다. 저도 네 살 때 이런 노래를 불렀을 텐데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애초에 제대로 안 불렀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궁금했지만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딸은 다음 소절이 있다고 했습니다. 천장을 보고, 소파 팔걸이를 두드리고, 다시 “도토리”까지만 말했습니다. 저는 물컵을 들고 그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딸은 한참 뒤에 손가락으로 소파 틈을 만지며 “그다음에 숲이 나오는데…”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