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끝나고 답장을 모아 보냈어요
지난주 수요일 3교시 미술 준비를 하다가 휴대폰 화면이 켜졌는데, 한 학부모님이 준비물과 하교 시간에 관해 문자를 보내신 참이었어요. 물감과 도화지를 나눠 줘야 해서 바로 답할 수는 없는데, 교탁을 오가며 화면을 세 번쯤 봤어요. 읽지 않아도 내용은 이미 머릿속에 들어와 있더라고요. 전에는 알림이 오면 쉬는 시간마다 바로 확인했어요. 짧게 답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쓰려면 알림장 날짜도 보고 아이가 전날 한 말도 떠올려야 했어요. 답장을 다 못 쓴 채 다음 수업에 들어가면 다음 쉬는 시간까지 마음이 걸렸고요. 쉬는 시간이 쉬는 시간 같지 않았어요.
그날은 작은 메모지에 “하교 뒤 답장”이라고 써서 휴대폰 위에 올려 두었어요. 수업을 마치고 보니 문자는 그대로였고, 급한 일이 생긴 것도 아니었어요. 괜히 답이 늦어 보일까 싶어 조금 망설이긴 했어요. 이게 괜찮은 건가 싶기도 했고요...
그날부터 문자를 확인하는 시간을 두 번으로 정했어요. 등교한 뒤 잠깐, 그리고 하교 관련 업무를 마친 뒤예요. 급한 일은 학교로 연락해 달라는 문장도 학기 초 안내와 같은 방식으로 다시 적어 두었어요. 수업 중에는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말도 함께 넣었고요.
답장을 모아 쓰니 먼저 아이 이름과 질문을 차례로 확인하게 됐어요. 준비물은 알림장을 보고, 하교 내용은 담임 메모를 한 번 더 살폈어요. 비슷한 문의가 이어져도 아이 이름이나 상황을 섞을 일이 줄었어요. 한두 문장 더 쓰더라도 전보다 분명한 답을 보낼 수 있었고요.
며칠 뒤에는 한 학부모님이 “확인 감사합니다”라고 답하셨어요. 저는 다음 수업 자료를 꺼내다가 휴대폰을 뒤집어 두었어요. 그 답장에는 다시 답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괜찮았어요.
아직 알림이 뜨면 손이 먼저 가는 날도 있어요. 조금 피곤한 날에는 정해 둔 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덜 서두르게 되네요. 답장은 어느 시간에 모아 쓰는 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