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에서
아이디어 상태
🌿 성장 중 (구체화 단계)지난주 금요일 아침, 사하구 집에서 평소보다 십 분 일찍 나왔다. 버스에 앉자마자 교육학 두 단원, 전공 서술형 세 문제, 인강 남은 사십 분을 속으로 셌다.
늦은 것도 아닌데 자꾸 시간을 당겨 썼다. 독서실 도착 전부터 이미 밀린 사람처럼.
낙동강 다리 중간쯤에서 버스가 잠깐 느려졌다. 강이나 보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창문에 펼쳐 둔 문제집이 먼저 겹쳤고, 그 위에 내 얼굴이 있었다. 생각보다 피곤해 보여서 자세히 보기 싫었는데 또 계속 봤다.
앞자리 학생은 가방을 배에 꼭 안고 졸고 있었다. 기사님 쪽 라디오에서는 무슨 사연인지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고, 다리 이음새를 넘을 때마다 덜컹, 덜컹 하는 소리가 이상하게 또렷했다.
그때 잠깐, 버스 안의 시간이랑 강 위의 시간이 따로 가는 것 같다고 적어 두고 싶었다가 너무 그럴듯한 말 같아서 말았다. 시험이 가까워지면 아무 장면에나 뜻을 붙히는 버릇이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강은 생각보다 넓고 멀었다. 창에 비친 사람들은 다들 각자 어디론가 급한 얼굴이었다.
독서실 정류장에 내려 횡단보도를 건넜다. 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다시 펴는데, 아까 창에 있던 얼굴이 종이 가장자리쯤에 조금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첫 문제를 바로 안 풀고 날짜만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