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국물에 남은 말
“떡볶이 먹고 갈래요?” 지난주 목요일, 종례가 끝나고 교실 바닥의 색종이 조각을 줍고 있는데 김 선생이 문 앞에서 물었어요. 둘 다 가방을 멘 채 학교 근처 분식집까지 걸어갔고, 창가의 두 사람 자리에 나란히 앉았어요. 떡볶이와 튀김(김말이와 오징어)을 시켜 놓으니 그제야 퇴근한 것 같았어요.
휴대전화에는 오후에 온 학부모 메시지가 남아 있었어요. 아이가 발표하려고 손을 여러 번 들었는데 기회를 받지 못해 속상해했다는 내용이었어요. 튀김 하나를 집었다가 답장 창을 열고, “제가 미처 살피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를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어요. 매운 국물이 식어 가는데 휴대전화만 몇 번 뒤집어 놓았어요.
김 선생에게 보여 주니 “죄송하다는 말을 두 번이나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라고 했어요. 맞는 말 같으면서도 한 줄을 덜어 내면 차갑게 보일까 망설여졌어요. 이런 때 저는 화면 너머의 표정을 제멋대로 만들어 놓고, 그 표정을 달래는 문장부터 찾는 것 같아요. 그러다 국물이 소매 끝에 한 방울 튀어서 그것부터 닦고 다시 고쳤어요.
한참 뒤 “오늘 상황을 다시 살펴보고 내일 아이와 이야기 나누겠습니다”라고 짧게 보냈어요. 집에 와 가방을 내려놓고도 ‘다시 살펴보고’가 변명처럼 읽히지 않았을까, ‘이야기 나누겠습니다’는 너무 사무적이지 않았을까 떠올렸어요. 사실은 답장보다 더 걸린 게 있었어요. 아이가 왜 속상했는지보다 학부모가 나를 어떻게 볼지를 더 오래 생각한 건 아닌가 싶어서요.
국물은 닦였는데 말은 좀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