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온통의 김
뚜껑을 돌리니까 김이 아주 조금 올라왔다. 목요일 점심, 학교 근처 독서실 휴게실이었다.
아침에 현관에서 엄마가 보온통을 건넸다. 나는 이어폰 한쪽을 끼운 채 그냥 가방에 넣고 나왔다. 뭐 들었는지도 안 물어봤다.
점심때가 돼서야 생각났다. 전자레인지 앞 테이블에 통을 꺼냈다. 계란말이랑 멸치볶음이 칸마다 눌려 있었고, 밥은 뚜껑 가까이까지 차 있었다.
또 너무 많이 넣었네.
옆자리 두 사람은 편의점 도시락 비닐을 벗기고 있었다. 전자레인지 돌아가는 소리가 계속 났다. 나는 데울 필요도 없는 밥을 한 숟갈씩 오래 먹었다. 양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몇숟갈 먹다 보니 절반이 없어졌고, 멸치 몇 마리가 밥풀에 붙어서 마지막까지 남았다.
괜히 천천히 먹었다. 공부하기 싫어서였는지, 식은 계란말이를 오래 씹고 싶어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창문 쪽에 앉은 사람은 휴대폰으로 중간고사 시간표 같은 걸 보고 있었다.
오후 수업 자료를 펴기 전에 빈 통을 가방에 다시 넣었다. 그때 아침 현관이 생각났다. 엄마는 손잡이가 내 쪽으로 오게 돌려서 건넸는데 나는 받자마자 지퍼부터 열었다.
고맙다는 말 하나가 뭐 어렵다고, 시험이 얼마 안 남았다는 이유로 아침마다 정신없는 얼굴을 하고 나오면서 집에서 챙겨 주는 건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버리는 건지 좀 걸렸다. 이런 생각도 점심 먹고 나서야 한다.
가방 안에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