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 말해줬다
Idea Status
🌿 Growing (Development Stage)지난봄 월요일 데이, 8시 전 준비실에서 첫 신규를 붙잡고 업무 순서를 설명했어요. 인쇄한 체크리스트를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아침 확인부터 점심 전까지, 왜 그 순서여야 하는지도 전부 말했죠. 불안해 보여서 더 길게 했어요. 설명하는 동안에는 계속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런데 혼자 해보라고 하니 첫 칸 앞에서 멈췄어요. “뭐부터 하면 되죠?”라고 다시 물었고요.
솔직히 처음에는 제 설명을 제대로 안 들었다고 생각했어요. 방금 다 말했는데 왜 다시 묻지 싶었거든요. 그래서 한 번 더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 설명은 더 길었어요.
그날 퇴근하고 생각해보니 이상했어요. 제가 아는 순서는 이미 서로 붙어 있지만, 신규에게는 처음 듣는 말이 한꺼번에 열댓 개 들어온 셈이었어요. 체크리스트까지 있으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종이도 처음엔 그냥 글자더라고요.
그 뒤로는 한 근무를 통째로 설명하지 않았어요. 먼저 아침 준비 한 덩어리만 맡기고, 끝나면 빠진 걸 같이 확인했어요. 그다음 순서는 그때 붙였습니다. 이유도 바로 필요한 것만 말했고요.
신기하게도 질문이 줄었다기보다 질문이 짧아졌어요. “전체를 모르겠어요” 대신 “이다음은 이거 맞아요?”가 나왔어요. 저도 어디에서 막혔는지 보기 쉬웠고요.
물론 제가 답답해서 또 미리 말해버릴 때가 있어요.
지금 보는 세 번째 신규에게도 아침 준비만 맡겨놓고, 준비실 서랍 앞에서 다음 말을 두 번 삼켰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