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상담에서 두 가지만 묻습니다
원장실 탁자 위에 수학 교재가 세 권 놓여 있었습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 아내와 중2 아들의 학원 상담을 갔습니다. 예전 같으면 몇 쪽까지 나갔는지, 숙제는 많은지부터 확인했을 것입니다. 영업 일을 오래 해서인지 자꾸 진행표부터 보게 됩니다.
그렇게 상담하고 돌아오면 아들에게도 “진도는 따라가니”, “숙제는 다 했니”라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점점 짧아졌습니다. “네”, “그냥요” 정도였고, 저도 더 물을 말이 없었습니다. 확인은 했는데 아이가 어디서 힘든지는 모른 채 끝난 것이지요.
이번에는 휴대전화 메모장에 두 가지만 적어 갔습니다.
- 아이가 수업에서 막히는 순간을 어떻게 알아차리십니까.
- 틀린 문제는 다음 시간에 어떤 방식으로 다시 다룹니까.
원장 선생님 설명이 처음에는 조금 길었습니다. 풀이 과정과 수업 방식 이야기가 이어져 제가 “제가 알아들을 수 있게 한 아이의 예로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부탁했습니다. 허허,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면 회사 회의도 학원 상담도 길어집니다. 선생님은 아들이 풀이 두 번째 줄에서 자주 멈추고, 바로 묻기보다 지우개로 쓴 것을 지우며 기다리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틀린 문제는 답만 고치게 하지 않고 다음 수업 시작 전에 숫자를 바꾼 비슷한 문제로 다시 확인한다고 했습니다. 그제야 집에서 물어볼 말이 조금 보였습니다. 점수나 숙제 양 말고 “오늘 다시 풀어 본 문제가 있었니”라고 물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방법이 늘 맞는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상담 뒤 집에 와서는 시험 결과표를 펼치지 않았습니다. 아들에게 학원에서 다시 풀어 본 문제가 있었는지만 물었습니다. 아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한 문제 있었어요”라고 했습니다. 어느 문제였는지까지 캐묻고 싶었지만,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한 잔 따라 주는 데서 멈췄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