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밖에서는 내가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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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owing (Development Stage)지난주 수요일 오후, 나이트 끝나고 자고 일어나 동생이랑 동네 휴대폰 매장에 갔어요. 요금제를 바꿀지 말지만 보자고 들어갔는데 번호표를 뽑고도 한참 서 있었어요. 잠은 잤는데 머리는 아직 덜 켜진 느낌이었고요.
직원이 태블릿 화면을 넘기며 데이터, 결합, 할인 항목을 차례로 설명했어요. 말이 빠른 편도 아니었을 텐데 병동에서 제가 신규에게 순서를 설명할 때보다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았어요. 제휴카드 얘기쯤에서는 앞에 들은 금액도 놓쳤고요.
동생은 데이터가 남으면 이월되는지, 약정이 있는지만 물었어요. 직원이 출력한 비교표에 볼펜으로 동그라미 두 개를 쳐 줬고, 동생은 그 종이를 바로 접어 챙겼어요. 저는 어느 칸부터 봐야 하는지 안 잡혔어요.
병원에서는 모르는 걸 물으면 되는 일이라고 꽤 쉽게 말해왔는데, 밖에서는 질문 자체를 늦게 만들게 돼요.
스테이션에서는 늘 다음 순서를 말해요. 먼저 확인하고, 모르겠으면 묻고, 급한 것부터 보자고요. 매장 의자에 앉으니 저는 그냥 다음 화면이 넘어오기를 기다렸어요. 직원이 더 궁금한 건 없냐고 했을 때도 일단 없다고 했고요.
이게 나이트 탓인지, 낯선 분야에서는 원래 이 정도로 느린 건지 모르겠어요. 집에 와서 비교표를 식탁에 펼쳐 놓으니 그제야 질문이 세 개 생겼어요. 동생은 라면 물을 올리고 있었고 저는 할인 조건 옆 작은 별표만 계속 봤어요.
그 별표 아래 문장은 두 번 읽어도 잘 안 들어왔어요. 매장에서는 왜 그냥 고개부터 끄덕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