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안을 두 번 돌고 나왔다
두부 코너 앞에서 한참 서 있었어요. 어제 6시가 조금 넘어 집 근처 마트에 들렀는데, 배는 고픈데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었어요. 두부 코너에서 반찬 코너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또 같은 길을 걸었어요. 카트를 끌 것도 없어서 장바구니만 손에 들고요.
점심때 김 선생이 “오늘 저녁은 뭐 드세요?” 하고 물었던 게 떠올랐어요. 저는 “혼자 먹을 건데요, 뭐. 대충 먹죠”라고 답했어요. 그때는 정말 대충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저녁이 되니 그 대충이 무엇인지 모르겠더라고요. 편의점 삼각김밥도 대충이고, 계란 프라이도 대충인데 둘 다 당기지는 않았어요.
된장찌개 밀키트를 하나 집었다가 내려놓았어요. 2인분이라고 적혀 있었고, 끓이면 적어도 두 끼는 먹어야 할 것 같았어요. 다음 날까지 같은 찌개를 먹는 게 싫은 건 아닌데 (오히려 편할 때도 있어요), 어제는 그 약속을 미리 하고 싶지 않았달까요. 말이 조금 이상하지만요.
채소 코너에서는 애호박과 버섯을 담았어요. 된장국이라도 끓일까 했는데, 냉장고 안에서 애호박 반 개가 마르는 모습이 바로 떠올랐어요. 지난번에도 버섯을 조금 남겼다가 물이 생겨 버렸거든요. 담았던 것을 다시 제자리에 두면서 괜히 직원분 눈치를 봤어요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는데요).
마트 안을 두 번 돌고 산 것은 두부 한 모와 작은 김 한 봉지였어요. 집에 와서 두부를 데우고, 남아 있던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렸어요. 간장도 꺼내지 않고 김에 싸서 먹었습니다. 준비하는 데 7분쯤 걸렸고 먹는 데는 그보다 조금 더 걸렸어요.
콩이는 식탁 옆 의자에 올라와 두부 냄새를 맡았어요. 코를 가까이 댔다가 관심 없다는 듯 돌아앉더라고요. 저도 비슷한 마음으로 저녁을 먹은 것 같아요. 배는 채웠는데, 뭘 먹었다는 느낌은 흐릿했어요.
혼자 사는 사람들은 저녁 메뉴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 날에 보통 뭘 해 드시는지 궁금해요. 배달을 시키는지, 냉장고에 늘 두는 메뉴가 있는지, 그냥 두부와 김 같은 것으로 지나가는지도요.
오늘 저녁은 또 뭘 먹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