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겠다는 말을 듣고 나서
“다음 달까지만 일하려고 합니다.” 어제 목요일 오후, 남동공단 회사의 작은 회의실에서 최 대리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두 손을 모은 채 한참 망설이더니 더 늦기 전에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연봉이 문제인지, 맡은 업무가 힘든지부터 물었습니다. 질문이라기보다 붙잡을 구실을 찾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 대리는 다른 환경에서 일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제가 꺼낼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습니다.

회의실에서 나온 뒤 최 대리에게 맡긴 거래처들이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며칠 전 제가 문장을 고쳐 준 견적 메일도 생각났습니다. 가르친다고 빨간 글씨를 잔뜩 달아 돌려보내면서, 정작 최 대리가 자기 방식으로 해볼 때까지 기다린 날은 얼마나 있었나 혼자 셈해 보았습니다.
영업팀장을 오래 했어도 이런 계산은 늘 뒤늦습니다.
오후에 다른 직원들과 납기 이야기를 하는데 평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회의실에서 마신 종이컵 물이 자꾸 목에 남은 듯했습니다. 말을 하다가 최 대리 자리 쪽을 한 번씩 보았습니다. 그는 평소처럼 모니터를 보고 있었고, 책상 옆에는 아직 뜯지 않은 택배 상자가 놓여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