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방향
문을 열자마자 작업실에 걸어 둔 얇은 종이들이 평소와 반대쪽으로 들썩였어요. 바람 소리는 창틀 모서리에 얇게 걸려 있었고요.
사각사각.
종이끼리 비비는 소리. 다시 들어가 창문을 볼까 했는데 보리가 먼저 현관턱을 넘었어요
수요일 오전의 골목은 익숙한데 바람만 낯설었어요. 늘 바다 쪽에서 오던 바람이 오늘은 등 뒤에서 밀었거든요. 보리도 평소 가던 쪽으로 선뜻 가지 않고 몇 번이나 뒤를 돌아 냄새를 맡았어요. 목줄이 손등을 가볍게 당겼고요. 내가 방향을 잘못 기억했나, 잠깐 그런 생각까지 했어요. 골목 끝에서 바다가 보이는 쪽을 향했어요. 햇빛은 아직 밝았는데 공기만 먼저 계절을 건너온 것 같았어요. 담장 아래 마른 잎도 바다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고요. 방향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동네가 새로 생긴 것처럼 보여서 자꾸 뒤를 봤어요.
돌아와 창문을 조금 닫고 커피를 내렸어요. 책상 위 색연필 몇 자루는 바람에 굴러간 자리 그대로였어요. 파란색은 컵받침 옆, 연두색은 노트 아래에 반쯤 끼어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