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맨 뒤에서 나온 종이별
“분명히 여기에 풀을 넣어 뒀는데.” 금요일 2교시 쉬는 시간, 교탁 아래 서랍을 반쯤 빼 놓고 색연필 통과 자를 하나씩 꺼냈어요. 풀은 안 보이고 뚜껑만 두 개 나왔고요 (도대체 짝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다 서랍 맨 뒤에 납작하게 끼어 있던 작은 봉투 하나가 손끝에 걸렸어요. 봉투 안에는 지난해 우리 반 아이가 접어 준 종이별 편지가 들어 있었어요. 별의 한쪽 귀퉁이는 조금 구겨져 있었고, “선생님이 웃으면 나도 웃겨요”라고 삐뚤빼뚤 적혀 있었고, 웃긴다는 뜻인지 웃게 된다는 뜻인지 그때도 물어보지 못했는데, 다시 읽으니 둘 다였을 것 같아요. 밑에는 급식 메뉴를 적은 메모와 제 얼굴을 그린 작은 종이도 섞여 있었어요 (머리카락이 세 가닥뿐이었어요). 이런 걸 왜 한 봉투에 다 넣어 뒀나 싶다가도, 제가 그랬으니 이유가 있었겠지 싶고요...
마침 받아쓰기 공책을 내러 온 아이가 교탁 앞에 서서 “그게 뭐예요?” 하고 물었어요. 오래전에 받은 편지라고 했더니 종이별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제가 편지 주면 이것처럼 안 버리고 있어요?”라고 했어요. “응, 이름이랑 날짜도 써 줘”라고 대답하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책을 놓고 바로 뛰어갔어요. 쉬는 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정말 써 올 기세라 조금 기다렸는데, 종이 울리자 자리에 잘 앉더라고요.
풀은 옆 서랍에서 찾았어요.
수업 준비를 마치고 봉투 속 메모들을 책상 위에 펼쳤어요. 날짜 순서로 다시 넣었는데, 하나를 읽을 때마다 그날 교실의 말소리가 조금씩 따라오는 것 같았어요. “지우개 빌려 주세요” 하던 목소리, 창가 자리에서 연필을 떨어뜨리던 소리, 별을 내밀고도 괜히 딴 데를 보던 얼굴까지요.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잊고 있던 교실이 서랍 안에서 잠깐 떠들다 간 기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