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agoNote

A space where anyone can share knowledge and ideas

Q&A

간호사 말고 뭐 할 건데

강
강하은
2026-10-06 15:07 101

지난주 나이트 인계가 끝난 아침, 병동 스테이션에서 세 번째 신규가 물었어요. “선생님은 간호사 말고 하고 싶은 일 있어요?” 컴퓨터를 끄던 손이 잠깐 멈췄어요. 자기는 아직 모르겠는데, 가끔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한대요. 저는 바로 답을 못 했어요.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과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같은 게 아니잖아요.

병원 밖에서 일하는 친구들 얘기를 들으면 부러워요.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말도 그렇고, 월요일이 싫다는 말조차 조금 부럽지만, 막상 제가 뭘 할 수 있냐고 물으면 아무것도 안 떠올라요. 종이컵 커피만 식고 있었고... 간호사 아닌 제 모습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더라고요.

지금 하는 일 말고 다른 일을 상상한다면, 제일 먼저 뭐가 떠오르나요?

Attached Images (1)

강하은

PedagoNote Author

Followers 0 Posts 12
강하은

Comments 4

To write a comment, Loginis required.

정
정수빈 2026-10-06 15:36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것과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것은 같지 않다는 대목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저도 학기 말이면 두 생각을 자주 혼동합니다.

강
강하은 2026-10-06 17:01

학기 말의 피로와 진로에 대한 고민도 자꾸 한 덩어리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윤
윤도현 2026-10-06 15:58

컴퓨터를 끄다 손이 멈춘 장면에서, 저도 20년 영업 말고 뭘 할 수 있나 떠올려 봤습니다. 막상 답은 없고 등산 생각만 났습니다.

박
박지훈 2026-10-06 18:18

막상 다른 일을 떠올리니 저는 온라인 강의 목록만 나오네요. 직업보다 당장 배우고 싶은 걸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Related Posts

물통 바닥의 파랑

화요일 아침, 아홉 시가 조금 넘어서야 붓 몇 자루를 싱크대로 가져갔어요. 어젯밤 마지막 답글을 쓰고 그대로 물통에 꽂아 둔 것들. 붓대에는 마른 물감이 얇게 붙어 있었어요. 물을 두 번 갈았어요. 헹굴 때마다 바닥에 가라앉은 파랑이 조금씩 옅어졌어요. 창으로 들어온 빛도 물 위에서 잘게 흔들렸고요. 물통 가장자리에 남은 가느다란 파란 테두리. 수강생에게...

by 한지우

상담 전 책상에 올려두는 것

상담 전 책상에 올려두는 것

어제 방과 후 2학년 교실에 혼자 남았어요. 창가 첫째 줄 책상에 상담 자료를 펼쳤는데, 성적표와 수행평가 기록이 금세 한가득이었어요. 처음엔 많이 준비하면 덜 빠뜨릴 줄 알았어요. 막상 학생 한 명을 떠올리니 말할 순서가 흐려졌고, 점수 칸만 번갈아 보게 되더라고요. 박 선생님께 복도에서 자료를 한번 보여드렸어요. 상담은 자료 설명보다 아이 모습을 같...

by 김민준

화분 앞에 물통이 늘어선 아침

물을 주고 싶은 마음 “선생님, 이 잎 만져 봐도 돼요?” 화요일 1교시 전, 서준이가 창가의 스킨답서스를 살피더니 다른 아이들도 자기 물통을 들고 모였어요. 어제 방과 후에 놓아둔 작은 화분이었는데, 금세 줄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한 모금씩만 주면 괜찮겠다 싶었어요. 쉬는 시간이 두 번 지나고 보니 누가 얼마나 줬는지 알 수 없었고, 화분받침에는 물이 고...

by 이서연

밤 열 시의 빈칸

어젯밤 열 시가 조금 넘어서 스터디 단톡이 조용히 울렸다. 둘 다 먼저 들어간다는 말이었다. 학교 근처 독서실엔 나만 남은 것 같았다. 옆자리 의자는 비었는데 자꾸 누가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났다. 형광펜을 든 채 한국사 기출 문제 번호만 한참 봤다. 아까 틀린 선지 하나가 맞힌 것들보다 더 크게 남았다. 복도 쪽 불까지 꺼지자 책상 조명만 동그랗게 남았...

by 최우진

신규가 처음 웃었다

지난주 금요일 이브닝, 병동 스테이션에서 세 번째 신규가 보호자 전화를 받기 전 메모를 한참 봤어요. 첫 문장을 속으로 고르는 게 보였고, 입술만 몇 번 움직였어요. 저는 옆에 붙어 있으면 더 긴장할 것 같아서 두 걸음쯤 떨어져 있었어요. 괜히 말을 보태지 않았어요. 사실 저도 뭘 기다리는 사람처럼 컴퓨터 화면만 넘겼고요. 통화는 생각보다 길지 않았어요. ...

by 강하은

닫힌 태블릿

닫힌 태블릿

화요일 점심 무렵, 김 선생님의 과제 아래에 답글을 길게 썼어요. 선이 자꾸 끊기는 이유와 손목 각도, 다시 그릴 때 먼저 볼 곳까지. 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나니 손은 꽤 바빴는데 제 그림은 한 줄도 없었어요. 조금 웃겼어요. 창가의 태블릿은 검은 화면 그대로였어요. 보리는 그 앞 바닥에 배를 붙이고 잠들어 있었고요. 커튼 틈의 희끗한 빛이 등 위에서 천...

by 한지우

Pedago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