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 공책을 반으로 접은 날
수요일 1교시, 받아쓰기 10급을 연습하던 아이가 공책의 빈칸을 오래 바라봤어요.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열 문장을 쓰게 했더니 두세 글자 뒤부터 연필은 자꾸 멈췄고, 지우개 가루만 늘어났어요. 기다리면 다시 쓰겠지 싶었는데 표정까지 굳는 걸 보고서야 공책을 잠깐 가져왔어요.
보이는 문장을 줄였어요
공책을 반으로 접어 오늘 쓸 세 문장만 보이게 했어요. 한 문장씩 천천히 읽고, 아이가 소리 내어 다시 말한 뒤 쓰도록 했고요. 틀린 글자는 바로 지우게 하지 않고 연필로 동그라미만 쳤어요 (고치느라 첫 문장에 계속 붙잡힐 것 같았어요). 세 문장을 다 쓴 다음 자기 글자에서 이상한 곳을 찾아보게 하니, 아까보다 손이 덜 멈췄어요.
접힌 공책 너머에는 쓰지 못한 일곱 문장이 그대로 있었어요.
다음에도 접어도 될지
비슷한 아이와 해 본다면 처음부터 분량을 정해 두기보다, 연필이 멈추는 지점을 조금 보고 접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읽어 준 문장을 아이가 한 번 말하게 하는 것, 고칠 때는 쓰기를 마친 뒤로 미루는 것도 같이 했을 때 덜 복잡해 보였어요. 다만 세 문장을 썼다는 데서 끝내도 되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쉬는 시간에 다음 급수 공책도 같은 방식으로 해도 되겠냐고 물었어요. 아이는 “네” 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너무 쉽게 줄여 준 건 아닐까 싶어, 반으로 접힌 자국을 한 번 더 펴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