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 기준을 먼저 읽은 시간
지난주 목요일 5교시, 교실 뒤쪽에서 손이 하나 올라왔어요. 평가표를 나눠 준 직후였는데, 무엇을 써야 근거를 잘 제시한 건지 묻더라고요.
근거를 잘 제시함.
제가 만든 문장이었는데 바로 답하기 어려웠어요. 채점할 때는 알 것 같았지만 쓰는 학생에게는 꽤 흐린 말이었어요.
예전에 박 선생님이 해 준 조언이 떠올랐어요. 기준을 학생이 쓰는 말로 바꿔 보라는 내용이었어요. 일단 수업을 잠깐 멈췄어요.
세 문장만 고쳤어요
칠판에 애매한 표현 세 개를 다시 적었어요. 근거 제시, 논리적인 풀이, 충분한 설명이었는데 전부 손대면 수업이 산으로 갈 것 같았어요.
모둠마다 A4 반쪽에 바꾼 문장을 적게 했어요. 식을 쓴다는 문장이 먼저 나왔고, 왜 그렇게 되는지 한 줄 덧붙인다는 말도 나왔고요.
비슷한 표현은 칠판에서 같이 지웠어요. 식과 이유라는 말이 끝까지 남더라고요. 수업에서 쓴 시간은 15분쯤이었어요.
배점과 단계는 제가 다시 확인했는데, 학생들과 고친다고 수준까지 낮추면 곤란해요. 문장만 바꾸고 점수 폭은 그대로 뒀어요.
다음 시간의 연필 자국
다음 시간에는 바뀐 평가표를 책상에 놓고 짧은 풀이 문제도 하나 풀게 했어요. 제출 전 확인 시간은 2분만 줬어요.
몇몇 학생이 자기 풀이에 밑줄을 긋기 시작했어요. 근거 문장이 있는지 찾는 모습이었고, 없는 학생은 식 옆에 이유를 덧붙였어요.
전보다 답이 좋아졌다고 단정하긴 어려워요. 다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는 보였던 것 같고, 채점할 때도 망설이는 시간이 줄었고요.
오늘 오전에는 아침 5km를 뛰고도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그 평가표를 다시 펼쳐 봤어요. 모서리에 지우개 가루가 아직 붙어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