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다음 날
“시험 끝나면 뭐 할 건데.” 어제 저녁 식탁에서 엄마가 물었다. 여행 한번 가고 싶고, 밀린 게임도 며칠 하고 싶다고 했다. 거기까진 바로 나왔다.
근데 시험 끝난 날 말고 합격 발표 다음 날을 떠올려 보려니 말이 막혔다.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확인하고 자고 일어난 아침. 그 다음부터 나는 뭘 준비하지. 학교에 가면 어떤 얼굴로 교무실 문을 열지.

5월에 봤던 정 선생님 책상이 잠깐 생각났다. 퇴근 전인데 수행평가 종이랑 텀블러가 그대로였고, 교무실 프린터는 계속 돌아갔다. 그 풍경 안에 내가 앉아 있는 건 이상하게 잘 안 그려졌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부터 교육학 책을 폈다. 합격 뒤를 생각하다 다시 시험 범위로 도망친 셈이다. 기대인지 겁인지 모르겠다. 합격만 바라보는데 그 다음이 비어 있으면 좀 이상한가 싶고...
합격 다음 날엔 뭐가 먼저 떠오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