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자료보다 먼저 물어본 것
“화면 잘 보입니까?” 어제 월요일 오후, 남동공단 회사 회의실에서 빔프로젝터 리모컨부터 눌렀습니다. 거래처 관리 화면 사용법을 알려주려고 팀원 6명을 앉혀 놓은 참이었고, 온라인 교육 담당을 맡았으니 준비한 자료를 빠짐없이 보여 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순서대로 넘겼습니다. 질문은 거의 없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보여서 잘 전달된 줄 알았습니다. 교육이 끝나고 각자 자리로 돌아간 지 20분쯤 지나자 내선전화가 이어졌습니다. “팀장님, 견적 등록은 어디서 들어갑니까?” 방금 설명했던 내용이었습니다.
한 명씩 따로 물어보니 내용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견적 마감은 다가오고 거래처 전화도 받아야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화면이 계속 넘어가니 어디에서 놓쳤는지 말할 틈이 없었다고 합니다. 질문이 없었던 것이 이해했다는 뜻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저도 화면 공유가 끊길까 신경 쓰느라 사람 얼굴은 제대로 못 봤고요.
오늘 오전 두 번째 시간에는 자료부터 열지 않았습니다. 먼저 물었습니다. 지금 가장 막히는 화면이 어디인지, 오늘 안에 꼭 처리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한 가지를 짧게 설명한 뒤에는 각자 노트북에서 직접 눌러 보게 했습니다. 빨간 오류 문구가 뜨자 오히려 말이 많아졌고, 저도 신이 나서 설명이 조금 길어졌습니다. 허허, 말 많은 팀장은 속도를 줄이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이제는 “질문 있습니까?”라고 크게 묻지 않으려 합니다. 어느 버튼에서 멈췄는지 좁혀서 묻고, 대답이 나올 때까지 잠깐 기다려 봅니다. 집에서 아들이 공부 이야기를 꺼낼 때도 저는 자꾸 설명부터 했습니다. 아이가 필요한 시작점은 제가 준비한 말의 첫 장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자료를 열기 전에 먼저 물어볼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