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치기 전 종이컵을 치웠다
“이거 누가 먼저 썼어요?” 지난주 목요일 2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물통 쪽에서 목소리가 커졌어요. 서너 명이 한꺼번에 손을 뻗다가 종이컵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고, 서로 자기 컵은 아니라고 했어요. 저는 일단 컵을 주워 버렸어요.
다음 수업 자료를 꺼내는데도 물을 마신 아이들이 좀처럼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제 앉자”를 두 번 말하고 나니 벌써 지쳤고요. 처음에는 종이컵 하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쉬는 시간마다 물통 앞에서 순서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누가 먼저였는지 제가 매번 확인해 줄 수도 없었고요.
그날 이후에는 2교시 끝 종이 치기 직전에 종이컵 통을 교탁 옆으로 옮겨 봤어요. 아주 작은 방식이라 이게 맞나 싶기는 했어요. 해 본 건 세 가지뿐이에요.
- 쉬는 시간 전에 종이컵 통을 교탁 옆에 두기
- 물을 마실 아이는 두 명씩 보내기
- 돌아온 아이가 다음 두 명에게 알려 주기
며칠 지나니 아이들이 교탁 쪽을 보고 자기 차례를 확인했어요. 저는 창가에서 또 다툼이 나는지 살피는 대신, 자리에 조용히 앉아 연필만 굴리던 아이를 먼저 보게 됐고요. 종이컵을 아예 없애는 편이 낫나 하는 생각도 남아 있어요 (물병을 자주 두고 오는 아이가 있어서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교실에서 제가 보는 곳이 조금 달라졌어요.
오늘도 종 치기 전에 통부터 옮겨 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