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기를 꺼내게 한 문제
지난주 화요일 4교시였어요. 칠판에 두 물건의 가격을 적었어요. 하나는 18,900원, 다른 하나는 17,500원이었고 할인율은 20%와 12%였어요.
처음에는 계산기를 가방에 넣으라고 했어요. 백분율도 소수 곱셈도 직접 해야 한다고 봤고, 자꾸 꺼내면 계산 연습이 무너질까 걱정됐어요.
그런데 5분쯤 지나니 교실이 묘해졌어요. 비교할 조건보다 소수점만 붙들고 있었고, 0.8을 곱할지 0.2를 곱할지에서 멈춘 아이도 있었어요. 답 숫자부터 외치는 아이도 나왔고요.
저도 칠판 앞에서 잠깐 헷갈렸어요.
점심때 박 선생에게 그 장면을 말했어요. 이 문제로 뭘 확인하려 했냐고, 계산 정확도인지 조건 비교인지 먼저 정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다음 수업에는 순서를 조금 바꿨어요. 식은 손으로 쓰고 결과 범위도 어림하게 했는데, 18,900원의 80%가 1만 5천 원쯤인지 먼저 보는 식이었어요. 긴 곱셈만 계산기로 확인하게 했고요.
버튼을 누르기 전에는 공책을 먼저 봤고 식과 어림값이 없으면 계산기를 잠깐 덮었어요. 생각보다 이 짧은 대기가 괜찮더라고요.
한 학생 화면에 378,000이 떠서 다 같이 멈췄어요. 18,900에 20을 그대로 곱한 결과였는데, 어림값과 너무 다르니 입력부터 다시 보더라고요.
정답은 15,120원과 15,400원이었어요. 전에는 숫자만 적던 아이가 이유도 말했어요. 원래 가격이 비싸도 할인율에 따라 순서가 바뀐다고 했고, 그 말을 듣고 저도 조금 들떴어요.
계산기를 늘 허용할 생각은 아니에요. 계산 연습 시간에는 여전히 손으로 풀게 하지만, 비교가 목표인 문제에서는 계산이 생각을 가리지 않게 해보려고요.
계산기를 꺼내는 타이밍도 수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