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실 앞에서 들은 말
“나는 또 남아야 해.” 어제 목요일 하교 뒤, 돌봄교실 앞에서 가방을 멘 민지가 말했어요. 영어학원 차를 기다리던 준호는 곧바로 “나는 영어 하고 태권도도 가”라고 받아쳤고, 두 아이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졌어요.
처음에는 둘 다 바쁜 일정이 싫다는 뜻으로 들려서 “각자 힘든 게 있지”라고 했어요. 그런데 민지가 입을 다물고 가방 끈만 만지더라고요(복도에서는 이런 손짓이 유난히 잘 보여요). 늦게까지 학교에 있는 걸 놀렸다고 느낀 듯했는데, 제가 너무 빨리 둘을 같은 마음으로 묶었나 싶었어요. 교실로 잠깐 데리고 들어와 누구 일정이 더 나은지는 말하지 말고, 그날 제일 기다리는 시간과 제일 피곤한 시간을 하나씩 말해 보자고 했어요. 준호는 태권도 끝나고 만화 보는 시간, 민지는 돌봄교실에서 퍼즐 하는 시간은 괜찮다고 했어요. 피곤한 시간을 물었을 때는 둘 다 한참 생각했고요.
비슷한 일이 생기면 먼저 달래기보다 “그 말이 어떻게 들렸어?”를 물어보려고 해요. 말다툼은 잦아들었지만 민지는 나갈 때도 준호보다 반걸음 뒤에 있었어요. 그 반걸음이 자꾸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