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표를 먼저 봤다
지난주 금요일 이브닝 끝무렵, 인계 준비로 스테이션이 어수선한데 게시판 쪽만 이상하게 사람이 계속 바뀌었어요. 다음 달 명절 근무표가 붙은 거였어요. 다들 대놓고 몰려가진 않고, 지나가는 척 한 번씩 멈췄어요.
저도 펜 내려놓고 갔는데 제 이름보다 세 번째 신규 이름부터 찾았어요. 찾고 나서 조금 웃겼어요. 예전에는 새 표만 붙으면 내 오프가 며칠인지, 누구랑 바뀌었는지, 집에는 언제 갈 수 있는지부터 계산했거든요. 이제는 누가 첫 명절을 병동에서 보내는지가 먼저 보여요.
신규는 “저 연휴 마지막 날 데이네요” 하고 표를 한참 봤어요. 생각보다 표정이 괜찮았어요. 그래서 제가 오히려 말을 많이 했어요. 마지막 날 데이면 출근길은 어떻고, 전날에는 너무 늦게 자지 말고, 식사는 챙겨 오고... 말하다 보니 아직 묻지도 않은 것까지 설명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본인은 그냥 근무 날짜 확인 중이었을 수도 있어요. 제가 제 첫 명절 근무 때를 겹쳐 놓은 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때 저는 표 앞에서 머릿속으로 교환 가능한 사람 이름을 다 세고 있었어요. 지금도 빠르지만 그땐 참 빠르게 살았어요.
근무표 한 장인데 다음 달 병동 분위기가 벌써 조금 시작된 것 같았어요. 누가 연휴 첫날 나이트고, 누가 마지막 날 데이인지 알게 되면 아직 오지도 않은 날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잖아요. 인계 시작한다는 말에 다들 흩어졌는데 저는 게시판을 한 번 더 봤어요.
첫 명절, 괜히 제가 더 들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