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민지를 만났어요
금요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빈자리를 보고 몸을 돌리다가 민지와 눈이 마주쳤어요. 민지는 어깨를 조금 들썩일 만큼 놀라더니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작게 말했어요. 빈자리는 민지와 어머니의 맞은편이었고, 모른 척 다른 칸으로 가기도 이상해서 그대로 앉았어요.
교실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먼저 다가와 연필 이야기까지 늘어놓는 아이인데, 어머니 옆에서는 가방끈만 만지며 창밖을 봤고요.
두 정거장쯤 갔을 때 어머니가 “오늘 학교에서 별일 없었죠?”라고 물으셨어요. 별일은 없었다고 바로 말하면 될 텐데, 민지가 제 표정을 살피는 것 같아서 대답을 한 번 골랐어요. “네, 잘 지냈어요. 급식도 잘 먹었고요.” 굳이 급식 이야기까지 붙이고 나니 더 확인받는 말처럼 들렸나 싶었어요.
민지가 내릴 때는 다시 작은 목소리로 인사했고, 문이 닫힌 뒤에도 손가락으로 가방끈을 꼬던 모습이 남았어요. 교실 밖에서 만난 담임이 반가웠을지, 갑자기 자기 생활을 들여다보는 사람처럼 느껴졌을지 모르겠어요. 제가 괜히 어색하게 만든 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다음 역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도 한동안 닫힌 문 쪽을 보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