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아들의 게임을 막는 일을 멈췄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여덟 시쯤, 인천 집 거실에서 중2 아들의 게임 화면과 벽시계를 번갈아 보았는데, 약속한 시간이 지났다고 말하자 아들은 한 판만 더 하면 된다고 했고, 저는 그 한 판이 도대체 몇 분이냐고 따졌습니다.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습니다.
처음에는 회사 영업팀에서 하듯 시간을 정해 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일에는 몇 시까지, 주말에는 몇 시간이라고 정하고, 어기면 인터넷을 끊겠다고도 했습니다. 기준이 분명하면 말다툼도 줄어들 줄 알았는데, 아들은 게임을 끈 뒤 방문을 닫았습니다. 저는 약속을 지키게 했으니 이긴 셈인데, 거실에는 리모컨 누르는 소리만 남았습니다.
그때 제가 가르친 것이 시간 관리인지, 아버지 눈치를 보는 법인지 찜찜했습니다.
그날 밤 아내와 짧게 이야기했습니다. 방식을 조금 바꾸었습니다. 게임을 못 하게 하기보다 시작할 때 아들이 끝낼 시간을 먼저 말하게 했습니다. 저녁을 먹은 뒤에는 숙제와 다음 날 준비물을 함께 확인했습니다. 제가 검사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도록 가방을 열어 보지는 않고, 필요한 것이 있는지만 묻습니다.
며칠 해 보니 약속 시간이 십 분, 이십 분 늘어지는 날은 여전히 있습니다. 전 같으면 공유기부터 쳐다봤겠지만, 요즘은 왜 끝내기 어려웠는지 먼저 듣습니다. 같이 하던 친구들이 빠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설명도 들었고, 그냥 더 하고 싶었다는 솔직한 대답도 들었습니다. 허허. 솔직하다고 시간이 저절로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너무 쉽게 물러난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도 남습니다. 게임을 끄게 하는 것과 스스로 끝내게 기다리는 것 사이에서, 어디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