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시간 뒤에
지난 토요일 오전, 학교 근처 독서실에서 12시간 계획표를 폈다. 두 시쯤에는 한국사 기출 한 페이지를 세 번 읽고 있었다. 읽고 또 읽엇는데 남는 건 없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잡아 둔 날은 이상하게 저녁 공부보다 하루를 망쳤다는 기분이 먼저 왔다. 아직 시간은 많은데 이미 끝난 것 같고.
휴게실에서 김밥을 먹고 잠깐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서 뒤의 여섯 시간은 아예 다른 날이라고 쳐 보기로 했다. 타이머도 12시간 하나 대신 6시간짜리 두 개로 맞췄다.
첫 타이머가 밀린 건 그냥 뒀다. 두 번째에는 교육학 모의고사부터 다시 폈다. 긴 계획표에 줄 긋는 것보다 덜 억울했다. 쉬는 시간이 길어질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자리로 돌아갈 핑계가 생겼다. 새로 시작한 날을 휴게실에서 보내긴 좀 그래서.
두 번째 여섯 시간을 다 채우진 못했다. 타이머에는 네 시간 조금 넘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