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 시의 빈칸
어젯밤 열 시가 조금 넘어서 스터디 단톡이 조용히 울렸다. 둘 다 먼저 들어간다는 말이었다. 학교 근처 독서실엔 나만 남은 것 같았다.
옆자리 의자는 비었는데 자꾸 누가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났다. 형광펜을 든 채 한국사 기출 문제 번호만 한참 봤다. 아까 틀린 선지 하나가 맞힌 것들보다 더 크게 남았다.
복도 쪽 불까지 꺼지자 책상 조명만 동그랗게 남았다. 오늘 한 게 너무 적어 보이면 가방을 싸는 것도 도망가는 일 같아서, 별 뜻도 없이 한 페이지를 더 넘겼다. 그 페이지도 거의 못 읽었지만.
빈칸.
아무도 없는 데서 괜히 한 페이지 더 넘겨 본 적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