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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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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님의 글 (13)

아이디어 노트

초5 딸 숙제 앞에서 말을 줄여 봤습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 인천 집 식탁에 딸의 사회 공책과 출력해 둔 자료가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딸은 자료를 몇 번 넘겨 보면서도 첫 문장을 쓰지 못했습니다. 저는 답답한 마음에 “이 자료를 먼저 쓰고, 그다음에 이유를 붙이면 되잖아”라며 문장 순서와 표현까지 고쳐 주기 시작했습니다. 말이 길어지면서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딸은 “아빠, 내가 할 거야” ...

2026-10-30 09:09 53 2 2
#학부모 #자녀교육 #일상
컬럼/에세이

온라인 교육을 끝까지 듣는 작은 방법

지난 화요일 점심시간이 지나고, 남동공단 회사 제 자리에서 밀린 온라인 교육의 마지막 차시를 틀었는데, 모니터 한쪽에는 강의 창, 다른 쪽에는 견적서와 메일이 떠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강사 목소리를 배경처럼 켜 두고 거래처 답장을 쓰느라, 끝난 차시는 거의 없었습니다. 집중력이 모자란가 싶어 퇴근 뒤에도 들어 봤습니다. 피곤한 날에는 재생 표시만 길게...

2026-10-29 15:49 61 2 3
#회사교육 #온라인교육 #일상
컬럼/에세이

스무 해째 같은 시간에 여는 문

지난 목요일 아침 7시 40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회사 현관으로 걸어갔습니다. 공장 쪽은 아직 불이 덜 켜져 있었고, 오래 잡아 온 철문 손잡이가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는데 문을 당기는 순간 스무 해 전 처음 출근하던 날의 낯선 냄새가 잠깐 떠올랐습니다. 기름 냄새였는지 새 작업복 냄새였는지는 이제 확실하지 않습니다. 입사 첫날에는 영업이 무엇인지도 잘...

2026-10-26 14:18 77 4 3
#일상
아이디어 노트

중2 성적표 앞에서 제가 급해졌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전, 인천 집 식탁에서 중2 아들이 중간고사 성적표를 내밀었습니다. 저는 종이를 받아 들자마자 수학 점수부터 짚었습니다. “학원 숙제는 다 한 것 맞니”, “이 점수로 괜찮겠니”가 거의 붙어서 나왔습니다. 아들은 잠깐 성적표를 보더니 물을 마시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걱정해서 한 말이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점심을 ...

2026-10-22 14:16 99 2 2
#학부모 #자녀교육 #중학생
컬럼/에세이

교육 자료보다 먼저 물어본 것

“화면 잘 보입니까?” 어제 월요일 오후, 남동공단 회사 회의실에서 빔프로젝터 리모컨부터 눌렀습니다. 거래처 관리 화면 사용법을 알려주려고 팀원 6명을 앉혀 놓은 참이었고, 온라인 교육 담당을 맡았으니 준비한 자료를 빠짐없이 보여 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순서대로 넘겼습니다. 질문은 거의 없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

2026-10-20 14:55 91 3 1
#회사교육 #온라인교육 #일상
컬럼/에세이

퇴사하겠다는 말을 듣고 나서

“다음 달까지만 일하려고 합니다.” 어제 목요일 오후, 남동공단 회사의 작은 회의실에서 최 대리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두 손을 모은 채 한참 망설이더니 더 늦기 전에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연봉이 문제인지, 맡은 업무가 힘든지부터 물었습니다. 질문이라기보다 ...

2026-10-16 15:30 100 2 2
#일상 #회사교육
컬럼/에세이

학원 세 곳을 한 곳으로 줄이고 나서

지난달 토요일 저녁, 인천 집 식탁에 중2 아들의 학원 시간표를 다시 펼쳐 놓았습니다. 수학, 영어, 과학 칸이 평일 저녁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고, 그 옆에는 과목별 숙제가 적혀 있었습니다. 아들은 이동하고 숙제하느라 늘 늦었고, 주말에도 빠진 진도를 메우느라 쉬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학원을 줄이면 성적부터 떨어질까 겁이 났습니다. 세 곳에...

2026-10-14 15:14 110 3 2
#학부모 #자녀교육 #사교육
컬럼/에세이

학원 상담에서 두 가지만 묻습니다

원장실 탁자 위에 수학 교재가 세 권 놓여 있었습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 아내와 중2 아들의 학원 상담을 갔습니다. 예전 같으면 몇 쪽까지 나갔는지, 숙제는 많은지부터 확인했을 것입니다. 영업 일을 오래 해서인지 자꾸 진행표부터 보게 됩니다. 그렇게 상담하고 돌아오면 아들에게도 “진도는 따라가니”, “숙제는 다 했니”라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점점 짧아졌...

2026-10-10 15:11 139 3 4
#학부모 #사교육 #중학생
컬럼/에세이

라면 물이 끓는 동안 아들이 말했습니다

“아빠, 라면 두 개 먹자.” 지난주 금요일 밤, 야근을 마치고 인천 집에 들어오니 중2 아들이 주방 문 앞에서 말했습니다. 아내와 딸은 먼저 잠든 뒤였고, 저도 저녁을 건너뛴 터라 냄비부터 꺼냈습니다. 밤늦게 두 개는 많지 않으냐는 말은 물을 받은 다음에야 떠올랐습니다. 평소 같으면 공부는 했느냐, 게임은 얼마나 했느냐부터 물었을 겁니다. 그날은 아들이...

2026-10-01 14:16 76 1 1
#일상 #중학생 #자녀교육
컬럼/에세이

신입에게 먼저 맡겨야 할 일

지난주 화요일 오전, 남동공단 회사 회의실에서 박 사원 앞에 거래처 전화번호를 적은 메모를 놓았습니다. 입사 석 달째인 박 사원이 견적 납기를 묻는 전화를 직접 걸었고, 저는 옆자리에서 듣기만 했습니다. 첫 인사가 조금 빨랐고 제품 번호를 확인할 때는 목소리가 작아졌지만, 통화는 무사히 끝났습니다. 제가 먼저 답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신입이 들어...

2026-09-30 09:45 64 1 1
#회사교육 #일상
컬럼/에세이

계양산에서 공단 쪽을 내려다보며

물병 뚜껑을 닫고 정상 벤치 옆에 서서 한참 눈을 가늘게 떴습니다. 어제 일요일 오전, 계양산 아래로 펼쳐진 풍경에서 남동공단 쪽을 찾아보는데 제가 방향을 제대로 짚은 것인지는 조금 자신이 없었습니다. 낮은 지붕과 길이 붙어 있어 생각보다 조용하고 작게 보였습니다. 평일에는 납기 전화 한 통, 수정 견적서 한 장에도 공장들이 아주 크게 느껴집니다. 그 안...

2026-09-28 14:58 82 3 5
#등산 #일상
아이디어 노트

종이신문을 접는 손이 남아 있을까요

점심을 먹고 회사 휴게실에 앉아 경제면을 반으로 접었습니다. 종이가 바스락거리자 옆에 있던 막내 사원이 휴대전화를 내밀었습니다. 제가 찾던 기사가 화면에 벌써 떠 있었습니다. “팀장님, 이 기사 보시는 것 아닙니까?”라고 했습니다. 신문을 회사로 가져온 지는 오래됐습니다. 예전에는 첫 면부터 뒤까지 훑었는데, 요즘은 펼쳐 놓고도 끝까지 읽는 날이 드뭅니다...

2026-09-23 15:39 84 2 1
#일상
컬럼/에세이

중2 아들의 게임을 막는 일을 멈췄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여덟 시쯤, 인천 집 거실에서 중2 아들의 게임 화면과 벽시계를 번갈아 보았는데, 약속한 시간이 지났다고 말하자 아들은 한 판만 더 하면 된다고 했고, 저는 그 한 판이 도대체 몇 분이냐고 따졌습니다.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습니다. 처음에는 회사 영업팀에서 하듯 시간을 정해 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일에는 몇 시까지, 주말에는 몇 시간...

2026-09-21 09:14 80 2 2
#학부모 #자녀교육 #중학생
페다고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