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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에세이

D-60 메모

점심 먹고 독서실에 들어와 필기 노트를 펴는데, 접어 둔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8월 말에 만든 계획표였다. 목요일 칸 위에 D-60이라고 크게 적혀 있었다. 지금은 시험까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종이 속 숫자는 아직 60이라서 잠깐 손이 멈췄다. 그날 적어 둔 한국사 회독 범위는 반쯤 지워져 있었다. 교육학 인강 개수도 애매했다. 끝낸 것보...

최최우진 2026-10-29 분 읽기 50 1 1
컬럼/에세이

기출 세 번째

지난주 화요일 밤, 학교 근처 독서실에서 한국사 기출을 세 번째 폈다. 옆자리 동기한테 몇 번 돌렸냐고 물었다. 바로 같은 질문이 돌아왔다. 세 번째인데 대답이 좀 늦었다. 세 번째인데 또 틀리는 번호가 보였다. 첫 회독은 답이랑 해설을 같이 넘겼고, 두 번째는 선지 옆에 왜 아닌지만 적었다. 많이 본 것 같은데 책을 덮으면 별로 안 남았다. 이번엔 하루 ...

최최우진 2026-10-14 분 읽기 110 1 3
Q&A

합격 다음 날

“시험 끝나면 뭐 할 건데.” 어제 저녁 식탁에서 엄마가 물었다. 여행 한번 가고 싶고, 밀린 게임도 며칠 하고 싶다고 했다. 거기까진 바로 나왔다. 근데 시험 끝난 날 말고 합격 발표 다음 날을 떠올려 보려니 말이 막혔다.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확인하고 자고 일어난 아침. 그 다음부터 나는 뭘 준비하지. 학교에 가면 어떤 얼굴로 교무실 문을 열지. ...

최최우진 2026-10-12 분 읽기 112 3 3
컬럼/에세이

밤 열 시의 빈칸

어젯밤 열 시가 조금 넘어서 스터디 단톡이 조용히 울렸다. 둘 다 먼저 들어간다는 말이었다. 학교 근처 독서실엔 나만 남은 것 같았다. 옆자리 의자는 비었는데 자꾸 누가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났다. 형광펜을 든 채 한국사 기출 문제 번호만 한참 봤다. 아까 틀린 선지 하나가 맞힌 것들보다 더 크게 남았다. 복도 쪽 불까지 꺼지자 책상 조명만 동그랗게 남았...

최최우진 2026-10-07 분 읽기 83 2 2
아이디어 노트

틀린 답을 기다리기

어젯밤 학교 근처 독서실에서 교육학 오답 한 개를 펴 놓고 한참 멈췄다. 또 해설 버튼부터 누르려다가 손을 뗐다. 5월 교생실습 때 정 선생님 수업이 갑자기 생각났다. 학생이 답을 못하면 교실이 조용해지는데, 선생님은 바로 대신 말하지 않았다. 먼저 풀이를 꺼낼 때까지 기다렸다. 옆에서 본 그 몇 초가 진짜 길었다. 나는 그 시간을 못 버티는 편이다...

최최우진 2026-10-02 분 읽기 118 1 1
컬럼/에세이

좋아하는 쪽과 시험지

어젯밤 집 책상에서 조선 후기 호적 자료 해설을 읽었다. 이름 옆에 손가락을 걸어 둔 채 몇번이나 앞쪽으로 돌아갔다. 누구는 새로 적히고 누구는 빠졌다. 한 집 안에서도 기록되는 방식이 달랐다. 문제집 설명보다 그 부분을 오래 보고 있었다. 한 문단만 더 읽으려다가 왜 이런 기록을 남겼는지, 종이 밖에는 또 누가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실제로 살았는데 이...

최최우진 2026-09-29 분 읽기 70 3 1
컬럼/에세이

여섯 시간 뒤에

지난 토요일 오전, 학교 근처 독서실에서 12시간 계획표를 폈다. 두 시쯤에는 한국사 기출 한 페이지를 세 번 읽고 있었다. 읽고 또 읽엇는데 남는 건 없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잡아 둔 날은 이상하게 저녁 공부보다 하루를 망쳤다는 기분이 먼저 왔다. 아직 시간은 많은데 이미 끝난 것 같고. 휴게실에서 김밥을 먹고 잠깐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서 뒤의 여섯 ...

최최우진 2026-09-27 분 읽기 98 3 3
페다고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