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민지를 만났어요
금요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빈자리를 보고 몸을 돌리다가 민지와 눈이 마주쳤어요. 민지는 어깨를 조금 들썩일 만큼 놀라더니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작게 말했어요. 빈자리는 민지와 어머니의 맞은편이었고, 모른 척 다른 칸으로 가기도 이상해서 그대로 앉았어요. 교실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먼저 다가와 연필 이야기까지 늘어놓는 아이인데, 어머니...
태그: #저학년
금요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빈자리를 보고 몸을 돌리다가 민지와 눈이 마주쳤어요. 민지는 어깨를 조금 들썩일 만큼 놀라더니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작게 말했어요. 빈자리는 민지와 어머니의 맞은편이었고, 모른 척 다른 칸으로 가기도 이상해서 그대로 앉았어요. 교실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먼저 다가와 연필 이야기까지 늘어놓는 아이인데, 어머니...
“나는 또 남아야 해.” 어제 목요일 하교 뒤, 돌봄교실 앞에서 가방을 멘 민지가 말했어요. 영어학원 차를 기다리던 준호는 곧바로 “나는 영어 하고 태권도도 가”라고 받아쳤고, 두 아이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졌어요. 처음에는 둘 다 바쁜 일정이 싫다는 뜻으로 들려서 “각자 힘든 게 있지”라고 했어요. 그런데 민지가 입을 다물고 가방 끈만 만지더라고요(복도에...
“이거 누가 먼저 썼어요?” 지난주 목요일 2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물통 쪽에서 목소리가 커졌어요. 서너 명이 한꺼번에 손을 뻗다가 종이컵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고, 서로 자기 컵은 아니라고 했어요. 저는 일단 컵을 주워 버렸어요. 다음 수업 자료를 꺼내는데도 물을 마신 아이들이 좀처럼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제 앉자”를 두 번 말하고 나니 ...
“내 색종이 망가졌어요.” 월요일 2교시 쉬는 시간, 한 아이가 구겨진 색종이를 들고 울었고, 옆에 있던 아이는 “제가 먼저 민 거 아니에요”라고 곧바로 말했고요. 둘 다 자기 억울함부터 꺼내서 창가 쪽 작은 책상 양끝에 따로 앉혔어요. 처음에는 누가 먼저 그랬는지 묻지 않았어요. 물을 한 모금씩 마시게 하고, 울음이 조금 잦아든 아이부터 “내가 본 일을...
“그럼 여기 없어져요?” 화요일 오후, 하교 지도를 마치고 정문 앞을 지나는데 한 아이가 가게 한쪽 셔터를 가리켰어요. 문방구 앞에 모여 연필깎이와 지우개를 구경하던 아이들이 저보다 먼저 종이를 발견한 거예요. 흰 종이에는 이달 말까지만 영업한다는 문장이 검은 글씨로 적혀 있었어요. 저는 다음 달에도 문구점은 다른 곳에 있다고 대답했어요. 조금 걸어가면 ...
지난 3월 첫째 주 월요일 아침, 두 아이의 책상 사이를 교실 끝과 끝만큼 벌려 놓았어요. 둘이 붙어 있으면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한 아이는 창가에, 다른 아이는 복도 쪽에 앉혔지요. 조용한 첫 교시를 기대했는데 둘 다 자꾸 고개를 돌렸어요. 제가 이름을 부르면 얼른 칠판을 봤다가 잠시 뒤 다시 친구 자리를 확인했고요. 준비물을 꺼낼...
수요일 1교시, 받아쓰기 10급을 연습하던 아이가 공책의 빈칸을 오래 바라봤어요.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열 문장을 쓰게 했더니 두세 글자 뒤부터 연필은 자꾸 멈췄고, 지우개 가루만 늘어났어요. 기다리면 다시 쓰겠지 싶었는데 표정까지 굳는 걸 보고서야 공책을 잠깐 가져왔어요. 보이는 문장을 줄였어요 공책을 반으로 접어 오늘 쓸 세 문장만 보이게 했어요. ...
“선생님, 아직 가방도 안 열었어요.” 오늘 목요일 아침 자습 시간, 아이들이 자리에 앉기 전에 그림책을 펼쳤다가 첫 몇 쪽을 거의 소란 속에서 넘겼어요. 의자 끄는 소리와 지퍼 여는 소리 사이로 제 목소리도 자꾸 끊겼고요. 책을 읽는다기보다 교실 소리에 문장을 얹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7월 첫째 주부터 아침 자습 10분에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도 비슷했어...
물을 주고 싶은 마음 “선생님, 이 잎 만져 봐도 돼요?” 화요일 1교시 전, 서준이가 창가의 스킨답서스를 살피더니 다른 아이들도 자기 물통을 들고 모였어요. 어제 방과 후에 놓아둔 작은 화분이었는데, 금세 줄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한 모금씩만 주면 괜찮겠다 싶었어요. 쉬는 시간이 두 번 지나고 보니 누가 얼마나 줬는지 알 수 없었고, 화분받침에는 물이 고...
“또 걸릴 것 같아요.” 지난주 목요일 4교시, 민준이가 운동장에서 줄을 한 번 밟더니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어요. 줄넘기 검사를 앞두고 한 명씩 나와 30초 동안 넘은 횟수를 적고 있던 때였어요. 자기 차례가 아닌 아이들도 줄을 손에 돌돌 감은 채 앞만 보고 있었고요. 종이를 먼저 접었어요 민준이 말을 듣고 횟수를 적던 종이를 잠시 접었어요. 줄을 ...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Powered by JSFLUX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