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셔터에 붙은 종이
“그럼 여기 없어져요?” 화요일 오후, 하교 지도를 마치고 정문 앞을 지나는데 한 아이가 가게 한쪽 셔터를 가리켰어요. 문방구 앞에 모여 연필깎이와 지우개를 구경하던 아이들이 저보다 먼저 종이를 발견한 거예요. 흰 종이에는 이달 말까지만 영업한다는 문장이 검은 글씨로 적혀 있었어요.
저는 다음 달에도 문구점은 다른 곳에 있다고 대답했어요. 조금 걸어가면 큰 문구점이 하나 있고, 마트에도 학용품 코너가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제 말을 듣는 대신 자기가 여기서 산 물건을 줄줄이 말하기 시작했어요. “저 슬라임 여기서 샀어요.” “내 형광펜도요.” “저는 백 원짜리 사탕 맨날 샀는데.”
말리는 아이가 없으니 목록이 꽤 길어졌어요.
가게 안쪽에서는 주인아주머니가 종이 상자에 물건을 옮겨 담고 있었어요. 상자 테이프를 뜯는 소리가 났고, 유리문에는 색이 바랜 캐릭터 스티커가 그대로 붙어 있었어요. 계산대 옆 사탕 통도 보였어요 (뚜껑이 조금 비뚤게 닫혀 있던 통이에요). 저도 가끔 수업 준비물을 급히 사러 들어갔는데, 무엇을 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이제 가자” 하고 아이들을 보내고 학교 안으로 다시 들어왔어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게 나왔어요. 오후가 되면 복도에서 신발 끄는 소리도 크게 들리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좀 그랬어요 (괜히 제가 피곤해서였을지도 모르고요).
교실에는 방과후 교실로 가기 전 가방을 정리하는 아이가 한 명 남아 있었어요. 창가 쪽 자기 자리에 앉아 방금 산 듯한 새 지우개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비닐을 벗기고 있었어요. 모서리가 반듯한 연두색 지우개였어요. 저는 출석부를 넣다가 셔터에 붙은 종이 문구를 다시 떠올렸고, 아이는 지우개 가루가 잘 뭉치는지 손가락으로 몇 번 밀어 보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