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공고를 닫는 이유
“이 조건은 코드만 봐서는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주 수요일 오후, 판교 사무실에서 배포를 앞두고 H님이 자리로 왔습니다. 오래된 결제 연동에서 특정 응답만 한 번 더 확인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도 코드만 보면 이상했습니다. 슬랙 검색창에 오류 문구를 넣고, 3년 전 장애 문서까지 열었습니다. 외부 결제사가 실패 응답을 늦게 뒤집었던 날이 있었고, 그 뒤로 조건이 남았습니다. 주석 한 줄로는 부족하고 문서만 봐도 연결이 안 되는 사정이었습니다.
설명이 끝나자 H님은 코드보다 이런 맥락을 어디서 찾는지가 더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사실 기록이 잘 정리돼 있던 건 아닙니다. 제가 당시 검색어와 장애가 났던 순서를 기억했을 뿐입니다. 이걸 회사에 쌓인 지식이라고 해야 할지, 그냥 오래 다닌 사람의 기억이라고 해야 할지는 좀...
그날 퇴근 셔틀에서 이직 공고를 몇 개 봤습니다. 연봉 범위를 보고, 직함을 보고, 탭을 닫았습니다. 예전에는 조건이 맞지 않아서 닫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맥락과 내일 새로 쌓일 맥락 때문에 닫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단한 애착은 아닙니다. 오래된 결제 코드의 사정을 계속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떠날 곳을 고르기 전에, 아직 남아 있는 일을 먼저 세어 보는 때가 온 듯합니다.
이직 공고를 닫을 때, 떠날 곳보다 남아 있는 일이 먼저 보이기도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