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적는 칸
화요일 아침 아홉 시 조금 넘어서 집 책상에 교육학 노트를 폈다. 독서실에 가져갈 것만 챙기려 했는데, 목차를 보는 순간 오늘 읽을 범위보다 11월 시험장이 먼저 떠올랐다.
가방은 아직 비어 있었다. 형광펜이 바닥에 굴러가서 주우려다가 불안하면 그냥 써 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게 생각났다.
빈 종이를 한 장 뽑았다. 시험장에서 교육학 답안 첫 문장이 안 나오면 어떡하지, 체력이 또 먼저 떨어지면, 작년처럼 1차에서 끝나면, 스터디 진도는 따라가는 척만 한 건 아닐까 하고 줄줄이 적었고 글씨가 점점 작아져서 마지막 두 줄은 나도 잘 못 읽겠다.
중간에는 뜬금없이 독서실 의자가 왜 그렇게 삐걱거리는지도 썼다. 걱정이랑 무슨 상관인진 몰라. 아침이 좀 쌀쌀해서 양말도 다시 신었다.
다 적었다고 해결된 건 없었다. 11월은 그대로고 체력도 갑자기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종이 위 문장들은 조금 남의 얘기 같았다. 내가 쓴 메모보다 책상에 누가 두고 간 쪽지 같은...
반으로 접어서 교육학 노트 맨 뒤에 넣었다. 물병이랑 노트를 가방에 넣고 다시 지퍼를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