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싸 준 반찬통을 열었다
“이것만 가져가. 많이 안 넣었어.” 토요일 오후, 춘천 집에서 나오려는데 엄마가 냉장고 문을 열고 반찬통을 하나씩 꺼냈어요. 멸치볶음, 깻잎장아찌, 무생채가 식탁 위에 나란히 놓였습니다. 저는 집에도 먹을 게 있다고 세 번쯤 말했는데, 엄마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작은 통을 찾느라 서랍을 뒤졌어요. 멸치볶음은 정말 조금만 담아 달라고 했어요. 혼자 먹으면 이상하게 줄지 않고, 마지막에는 멸치보다 호두만 골라 먹게 되거든요. 엄마는 “이 정도가 뭐가 많아” 하며 한 숟갈을 더 넣었고, 옆에 있던 아빠는 몇 시 차냐고 물었어요. “다섯 시 조금 넘어서요”라고 답하자 시계를 한 번 보고는 현관에 가서 제 신발을 가지런히 돌려놓았습니다.
반찬통 세 개는 엄마가 챙겨 둔 비닐봉지에 꼭 맞게 들어갔어요. 그런 봉지는 대체 어느 집에나 서랍 한 칸씩 모여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집에도 꽤 있어요).
서울 집에 도착한 건 저녁이 다 된 뒤였어요. 가방은 현관 앞에 내려놓고 반찬 봉지부터 꺼냈습니다. 혹시 국물이 샜을까 봐 하나씩 뒤집어 보다가, 깻잎 통 뚜껑에 엄마가 고무줄을 두 번 감아 둔 걸 봤어요. 냉장고 문을 열어 통을 넣는데 차가운 안쪽에서 잠깐 춘천 집 냉장고 냄새가 나는 것 같았어요. 장아찌 냄새였을 수도 있고, 비닐봉지에 밴 냄새였을 수도 있지만요.
콩이는 제가 들어올 때보다 봉지를 바스락거릴 때 더 빨리 달려왔어요. 코를 가까이 대고 한참 냄새를 맡더니 반찬통 앞에 털썩 앉았습니다. 먹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해 줬는데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회색 등을 보고 있으니 조금 전까지 엄마가 “콩이는 잘 있지?” 하고 물었던 게 생각났고, 전화를 다시 할까 하다가 그건 너무 금방인 것 같아서 말았어요.
저녁에는 깻잎장아찌를 꺼냈어요.
한 장만 먹으려 했는데 두 장이 붙어 올라와서 그대로 밥 위에 얹었습니다. 짭짤해서 물을 한 컵 더 마셨고, 빈 밥그릇 옆에는 고무줄이 감긴 반찬통이 그대로 있었어요. 설거지하기 전에 엄마에게 잘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