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칸
파란 칸 열두 개가 화면에 길게 누워 있었어요.
지난주 화요일 밤, 애월 작업실에서 3기 수강생들의 4주차 과제를 넘겨보다가 커리큘럼 표를 다시 열었어요. 처음에는 기초 선부터 완성작까지 천천히 데려가고 싶어서 12주를 꼭꼭 채웠거든요. 빈칸이 있으면 덜 가르치는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런데 중간부터 과제를 밀린 화면이 자꾸 남았어요. 피드백을 길게 쓸수록 다음 주 과제는 더 쌓였고, 9주차쯤에는 배운 것을 그려볼 시간보다 수업을 따라갈 시간이 부족해 보였어요. 혹시 내 설명을 읽느라 그림을 못 그리는 건가 싶었어요.
지난 기수의 질문이 들어온 날짜와 제출 시간을 표에 다시 적었어요. 커피는 두 번 데웠다가 둘 다 잊었고요. 모니터의 흰빛 옆으로 파도 소리가 낮게 붙던 밤. 남겨야 할 수업에 동그라미를 치니 여덟 칸이었어요.
설명으로 길어진 부분은 5분 안쪽 영상과 참고 그림으로 옮겼어요. 수업 하나를 빼는 대신 같은 선을 두세 번 다시그릴 자리를 넣었고요. 이번 3기에는 다음 과제로 빨리 넘어가기보다, 첫 그림과 세 번째 그림을 나란히 올려 달라고 하고 있어요. 피드백도 고칠 것 한 가지부터 적어요.
과정을 줄일 때는 수업 수보다 제출 사이의 간격을 먼저 보는 편이 낫더라고요. 어느 주부터 질문이 몰리는지, 영상 재생보다 과제 제출이 늦어지는지 적어보면 덜어낼 칸이 보여요. 그래도 너무 줄이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은 조금 남아 있고요.
여덟 칸이 자꾸 반짝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