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싫다는 말 앞에서
지난주 수요일 6교시였어요. 윤 학생이 문제집을 덮고 책상만 봐서 왜 그러냐고 조용히 물었어요.
못 풀어서 싫은 건 아니라고 했어요. 문제를 펼치면 숨이 막히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쉬운 문제부터 해보자고 했어요. 난도를 낮추면 괜찮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쉬운 문제도 답만 찾으려 했어요.
풀이를 쓰기보다 숫자를 대입했어요. 맞으면 넘어가고 틀리면 답지를 봤는데, 문제를 읽는 일은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다음 수업에는 요구를 더 줄였어요. 한 문제를 끝까지 풀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요. 아는 조건에 밑줄만 긋게 했어요.
모르는 말에는 동그라미를 치게 하고, 그 표시 중 하나만 골라 물어보게 했고요. 윤 학생은 잠깐 망설이다가 ‘닮음비’를 물었어요.
설명을 듣고 다시 문제를 보더니 읽을 만하다고 했어요. 풀 수 있다는 말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문제집을 덮지는 않았어요.
수학이 싫다는 말 앞에서 저는 자꾸 쉬운 문제를 찾았어요. 근데 이게 난도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풀어라’보다 ‘표시해 봐’가 먼저일 때도 있어요.
다음에도 조금 덜 시켜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