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전날에 하는 말
문제집을 잠깐 덮어 보자고 했어요. 지난 화요일 아침 자습 시간이었어요. 평소보다 조용한 2학년 교실이었어요. 아이들은 틀린 문제만 다시 붙잡고 있었고요. 첫 지필평가를 앞둔 날이라 “잘 봐”라는 말부터 나올 뻔했어요. 입 안에서 한 번 멈췄어요. 그 말은 응원은 되지만, 시험지를 받은 뒤 할 일을 알려 주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첫 장을 받으면 이름부터 쓰자고 했어요. 아는 문제에는 작게 표시하자고 했고요. 바로 풀리면 풀고, 막히면 표시만 남긴 채 다음 문제로 가자고 했어요.
한 아이가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머리가 하얘진다고 했어요.
빈 종이를 한 장 꺼냈어요. 칠판에 세 문제를 적고, 일부러 두 번째는 못 푸는 문제라고 정했어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별표를 한 뒤 세 번째로 넘어갔어요.
아이들도 책상 위 종이에 같은 순서로 해봤어요. 이름, 아는 문제 표시, 막힌 문제 별표. 겨우 2분쯤 걸렸어요. 너무 단순해서 이게 도움이 될까 싶기도 했어요.
근데 이게 말로만 “침착해”라고 하는 것보다는 나아 보였어요. 침착함도 손으로 해보는 순서가 있어야 붙는 것 같아요. 시험 불안을 제가 다 줄일 수는 없고요. 예전에 종례 무렵 박 선생님과 나눴던 얘기도 떠올랐어요. 시험 전에는 새 문제보다 아이들 마음이 급해지지 않게 하는 말도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때는 알 것 같으면서도 진도부터 계산했어요.
자습 시간이 끝나자 아이들은 다시 문제집을 폈어요. 아까 그 아이는 별표가 너무 크면 더 신경 쓰일 것 같다고 했어요. 손톱만 하게 하자고 했더니, 옆 아이가 그건 또 너무 크다고 웃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