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책상 위의 선
“태블릿 펜은 어떤 걸 써야 하나요?” 지난 기수 첫 수업이던 토요일 오후, 애월 집 작업실 채팅창에 박 선생님의 질문이 올라왔어요.

종이 한 장
예전 같으면 펜촉 차이와 앱, 종이 종류를 먼저 설명했을 거예요. 실제로 그랬고요. 화면에는 구매 링크를 묻는 채팅이 오래 남았어요. 도구가 없는 분은 시작도 못 한 듯 조용해졌고, 좋은 펜을 준비한 분도 빈 화면 앞에서 손을 멈췄어요.
지난 기수부터는 준비해 둔 도구 화면을 넘기고 종이 한 장부터 보여드렸어요. 연필이든 태블릿이든 지금 손에 있는 것으로 짧은 선을 여덟 번. 천천히 긋고, 빠르게 긋고, 눌렀다가 힘을 빼게 했어요.
먼저 닿는 손
선이 반듯한지는 보지 않았어요. 손이 화면이나 종이에 닿는 속도, 끝에서 힘이 남는지를 함께 봤어요. 도구 설명을 줄이면 수업이 허술해 보일까 조금 걱정됐어요.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채팅창을 몇 번 더 확인하기도 했고요.
수업끝무렵 박 선생님은 오래된 노트에 그은 선을 올렸어요. 다음 날에야 필요한 펜을 따로 물어보셨어요. 그 순서가 오래 남았어요. 구매 안내는 뒤에 따로 남기고, 첫 시간에는 가진 물건으로 흔적부터 만들기. 제 작업을 시작할 때도 이 편이 덜 멈추게 해요. 아직은 그렇게 해보는 중이에요
빈 책상 위에는 무엇부터 놓으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