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전 책상에 올려두는 것
어제 방과 후 2학년 교실에 혼자 남았어요. 창가 첫째 줄 책상에 상담 자료를 펼쳤는데, 성적표와 수행평가 기록이 금세 한가득이었어요.

처음엔 많이 준비하면 덜 빠뜨릴 줄 알았어요. 막상 학생 한 명을 떠올리니 말할 순서가 흐려졌고, 점수 칸만 번갈아 보게 되더라고요.
박 선생님께 복도에서 자료를 한번 보여드렸어요. 상담은 자료 설명보다 아이 모습을 같이 확인하는 자리라고 하셨어요. 제 책상은 확인할 틈도 없게 생겼고요.
그래서 학생마다 종이를 두 가지만 남겼어요. 최근 수학 시간의 장면 하나를 포스트잇에 적고, 과제나 평가 기록은 한 장만 골랐어요.
- 최근 수업에서 눈에 띈 장면 하나
- 과제 또는 평가 기록 한 장
- 먼저 여쭤볼 질문 한 문장
수업 장면은 거창하지 않아도 됐어요. 짝에게 식을 설명한 일, 오답을 다시 고친 일 정도예요. 잘한 모습만 고르지는 않았고, 막힌 뒤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적었어요.
질문도 미리 써 두니 말이 덜 길어졌어요. “집에서는 숙제를 시작할 때 어떤가요?”처럼 짧게 적었는데, 제가 먼저 오래 설명하던 버릇을 조금 막아줬어요.
근데 이게 학생마다 같은 질문이 되기도 해요. 그럴 땐 이름을 가리고 읽어보고, 누구 메모인지 모르겠으면 다시 고쳤어요.
오늘 아침엔 빈 포스트잇 몇 장을 가방에 더 넣었고, 상담 중 나온 말은 기존 기록 뒤에 붙이려고 해요. 노란색이 벌써 모자라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