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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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한다는 말
“말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나 붙었어.” 점심 무렵 학교 도서관 계단에 앉아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같이 임용 얘기하던 과 동기였다. 부산에 있는 교육 관련 출판사라고, 아직 좀 얼떨떨하다고 했다. 축하한다고 했다. 진짜 잘됐다고도 했다. 통화를 끊고 나니 내가 축하한다는 말을 몇번 했는지 그게 먼저 생각났다. 독서실에 가져갈 한국사 책들을 꺼냈다...
합격 다음 날
“시험 끝나면 뭐 할 건데.” 어제 저녁 식탁에서 엄마가 물었다. 여행 한번 가고 싶고, 밀린 게임도 며칠 하고 싶다고 했다. 거기까진 바로 나왔다. 근데 시험 끝난 날 말고 합격 발표 다음 날을 떠올려 보려니 말이 막혔다.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확인하고 자고 일어난 아침. 그 다음부터 나는 뭘 준비하지. 학교에 가면 어떤 얼굴로 교무실 문을 열지. ...
좋아하는 쪽과 시험지
어젯밤 집 책상에서 조선 후기 호적 자료 해설을 읽었다. 이름 옆에 손가락을 걸어 둔 채 몇번이나 앞쪽으로 돌아갔다. 누구는 새로 적히고 누구는 빠졌다. 한 집 안에서도 기록되는 방식이 달랐다. 문제집 설명보다 그 부분을 오래 보고 있었다. 한 문단만 더 읽으려다가 왜 이런 기록을 남겼는지, 종이 밖에는 또 누가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실제로 살았는데 이...
셋이던 자리
“이번 주까지만 나올게.” 월요일 저녁, 학교 근처 독서실 휴게실에서 H가 말했다. 진도를 자꾸 못 맞추는 게 미안하다고 했다. 손에 든 종이컵 테두리만 눌렀다 폈다 했다. 괜찮다고 했다. 셋이 돌려 보던 기출 출력물은 갑자기 누구한테 먼저 줘야 하는지 애매해졌다. 별거 아닌데 그게 제일 먼저 생각났다. 다음 주부터 둘이 범위를 어떻게 나눌지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