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첫날 자리를 너무 멀리 뒀다
지난 3월 첫째 주 월요일 아침, 두 아이의 책상 사이를 교실 끝과 끝만큼 벌려 놓았어요. 둘이 붙어 있으면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한 아이는 창가에, 다른 아이는 복도 쪽에 앉혔지요. 조용한 첫 교시를 기대했는데 둘 다 자꾸 고개를 돌렸어요. 제가 이름을 부르면 얼른 칠판을 봤다가 잠시 뒤 다시 친구 자리를 확인했고요.

준비물을 꺼낼 때는 더 분명했어요. 창가에 앉은 아이가 색연필을 못 찾겠다며 복도 쪽 자리까지 갔고, 다른 아이는 활동 방법을 모르면서도 손을 들지 않았어요. 쉬는 시간이 되자 둘은 중간 통로에서 만나 필통부터 열어 보더라고요. 말이 많아서 붙어 다니는 줄 알았는데, 낯선 날에 서로 확인해 주는 게 꽤 많았던 것 같아요.
점심을 먹으며 김 선생에게 그 이야기를 했어요. 김 선생은 “처음 며칠은 누구 옆에서 편한지 보는 것도 괜찮아”라고 했어요. 거창한 조언이라기보다 밥을 먹다가 가볍게 나온 말이었는데, 저는 자리를 너무 빨리 정답처럼 만들어 놓았나 싶었어요. 교탁 위에 남은 이름표 두 장도 괜히 다시 보게 됐고요.
다음 날 두 아이를 같은 줄의 앞뒤 자리로 옮겼어요. 둘이 계속 이야기하면 어쩌나 조금 걱정했는데, 오히려 뒤를 돌아보는 일이 줄었어요. 준비물을 찾을 때도 짧게 묻고 바로 자기 일을 했고, 질문을 거의 하지 않던 아이가 제게 와서 공책 쓰는 칸을 물었어요.
그 뒤로 새 학기 자리를 정할 때는 첫날부터 관계를 정리하려 하지 않아요. 좌석표의 이름 옆에 연필로 작게 적어 두는 것들이 있어요 (나중에 지울 수 있게요).
- 수업 중 자주 도움을 청하는 친구
- 혼자 앉을 때 유난히 말이 없어지는 아이
- 쉬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모이는 자리
자리를 바꾸는 날에도 이유를 길게 설명하지 않고 책상부터 옮겨요. 새 자리에 앉은 아이들이 필통을 꺼내고, 옆 사람과 지우개가 떨어진 쪽을 가리키는 모습을 조금 봐요. 물론 가까이 앉혔다가 정말 수다가 늘어서 다시 떼어 놓은 적도 있어요. 제가 보고 있다고 생각한 것과 실제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자주 다르더라고요.
그날도 두 아이는 새 자리에서 연필을 깎고 있었고, 맨 앞 책상 아래에서는 주인 없는 풀 뚜껑 하나가 굴러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