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내려놓은 수학 시간
지난달 수요일 3교시였어요. 2학년 교실 칠판에 QR을 띄웠어요. 휴대폰을 꺼내라는 말에 교실이 금방 들떴어요.
화면은 빨랐고 모둠은 달랐어요
좌표를 움직이면 그래프가 바뀌는 사이트였어요. 모둠마다 기울기와 절편을 찾아보게 했어요. 처음 몇 분은 제법 잘 따라왔어요.
곧 속도가 갈리기 시작했어요. 로그인이 풀린 학생도 있었고, 배터리가 4퍼센트인 학생도 있었어요. 같은 설명을 세 번쯤 다시 했어요.
그래프를 캡처하는 학생도 있었어요. 옆에서는 다른 화면을 넘기고 있었고요. 저는 교실을 돌며 접속만 돕다가 시간이 꽤 지났어요.
수업 뒤 박 선생이 준비실에서 물었어요.
“그래서 활동하고 손에 남는 건 있어요?”
바로 답을 못 했어요. 캡처 파일은 남았지만, 기울기가 왜 달라졌는지 적은 흔적은 거의 없었어요. 제가 새 도구를 썼다는 데 들떠 있었던 것 같아요.
종이를 먼저 놓았어요
다음 시간에는 휴대폰을 앞 상자에 넣었어요. 좌표 격자 종이와 색연필을 나눠 줬어요. 기울기 두 개와 절편 두 개를 정해 직접 그리게 했어요.
그래프 한 장을 완성한 뒤에만 교탁 화면을 켰어요. 좌표를 움직이며 종이의 선과 비교했어요. 화면을 보는 시간은 오히려 짧았어요.
휴대폰을 쓰지 말자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화면으로 볼 것과 손으로 남길 것을 미리 나눠두는 편이 낫더라고요. 로그인 없는 주소도 먼저 확인해두고요.
그날은 색연필이 모자라 두 모둠이 파란색을 같이 썼어요. 한 학생은 종이 귀퉁이에 기울기 값을 다시 적어 놓았어요. 파란색 연필은 다음 날 제 책상에 돌아와 있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