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 하나
목요일 늦은 오후, 연구실에서 한 학생의 서평 첫 문장을 읽다가 빨간 펜으로 적은 말을 지웠습니다. ‘문장이 너무 단정적입니다.’ 늘 쓰던 지적이었는데, 그날은 그 말로 학생이 무엇을 고칠 수 있을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그 자리에 질문을 적었습니다. ‘무엇을 근거로 정확하다고 판단했나요?’
이 책은 현대인의 고독을 정확하게 보여 줍니다.
처음부터 질문으로 첨삭한 것은 아닙니다. 질문만 남기면 일을 덜 한 듯해 불안했고, 어느 학기에는 학생이 연구실로 찾아와 무엇을 고치라는 뜻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는 대답할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학생은 제 의도를 짐작하느라 다시 막힙니다. 그래서 문장 가까이에서 묻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인이라는 말은 책에 나온 표현인가요, 글쓴이의 판단인가요?’ ‘고독을 보여 주는 장면을 하나 더 옮길 수 있나요?’ 질문도 첨삭이라면 자리를 잘 잡아야 했습니다.
다음 제출물에서 그 학생은 답을 길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주인공이 식탁 맞은편의 빈 의자를 치우지 못하는 장면을 한 문장으로 가져왔습니다. 저는 그 문장 옆에 ‘왜 하필 의자를 남겨 두었을까요?’라고 적었습니다. 너무 많이 물었나 싶어 한참을 보다가, 물음표 하나만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