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전에 줄인 것들
“열여덟 장인데, 너무 많나요.”
지난 금요일 오후 4시, 판교 사무실 작은 회의실에서 J님과 다음 주 사내 스터디 자료를 열어봤습니다. J님은 코드 리뷰에서는 설명을 잘합니다. 사람들 앞에 서면 머리가 하얘진다고 했습니다.
첫 장부터 배경과 용어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듣는 쪽에서는 아직 무슨 얘기인지 잡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지난 배포에서 실제로 생긴 오류 화면을 찾아 맨 앞으로 옮겼습니다. 일단 이걸 왜 고쳤는지부터 보자는 쪽이었습니다.
처음에 정한 한 문장
발표가 끝난 뒤 동료가 무엇을 기억하면 되는지 한 문장으로 적었습니다. “이번 변경이 어떤 오류를 막는지 알면 된다.” 조금 투박했지만 기준으로는 충분했습니다.
그 문장과 직접 관계없는 용어 설명, 검토하다 버린 방식, 코드 전체 화면을 덜어냈습니다. 열여덟 장이 열한 장이 됐습니다. 일곱 장 삭제함. 저도 발표 전날에는 괜히 장수를 늘리는 편이라, 너무 줄이나 싶기는 했습니다.
말로 먼저 해보기
슬라이드를 넘기는 연습은 하지 않았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문제, 바꾼 코드, 확인한 결과만 3분 동안 말해보게 했습니다. 말이 멈춘 부분만 메모했습니다. 자료에는 있는데 입으로 안 나오는 대목이 두 군데 있었습니다. 그쪽 설명만 다시 붙였습니다.
첫 30초도 세 번 해봤습니다. 첫 시도는 배경 설명으로 바로 샜고, 두 번째부터 오류 화면을 먼저 가리켰습니다. 화면 순서보다 입이 먼저 정리되는 게 좀 신기했습니다.
회의실을 나가기 전 J님이 노트북을 닫으며 말했습니다. “저는 자료보다 첫 30초를 먼저 외울게요.” 문 앞에 서서 첫 문장을 한 번 더 중얼거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