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친 창들
목요일 밤, 화면에 열린 창이 자꾸 하나처럼 보였어요. 애월 집 작업실에서 외주 시안 파일을 닫았다가 3기 과제 창을 열고, 다시 시안으로 돌아왔어요. 같은 회청색을 두 번 골랐고 두 번 다 틀렸어요.
오후부터 외주 수정이 들어왔어요. 미뤄 둔 과제 피드백도 그날까지 보내야 한다는 걸 뒤늦게 다시 봤고요. 식은 커피 위로 모니터의 푸른빛이 얇게 떠 있었어요.
외주 시안에는 더 선명한 답을 내려고 했어요. 색을 올리고 선을 줄이고, 모호한 부분을 계속 밀어냈어요. 수강생에게는 반대로 조심스러운 문장을 썼어요. 이 선은 남겨도 좋을 것 같아요, 아직 지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한 수강생의 거친 스케치에서 망설이지 않은 선이 보였어요. 팔에서 손목까지 한 번에 내려온 선. 조금 삐뚤었는데 살아 있었어요. 그걸 오래 보다가 내 시안 첫 장에 있던 비슷한 선을 떠올렸어요. 수정하면서 진작 지워 둔 선이었어요.
내 그림에는 왜 그렇게 쉽게 확신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확신이라기보다 겁이 먼저였을지도요
열한 시 반쯤 태블릿을 덮었어요. 새벽까지 가지 않은 건 오랜만이었는데 끝난 느낌은 없었어요. 다 보내지 못한 답장 몇 개와 너무 많이 고친 그림이 책상 위에 그대로 남았어요. 손가락에는 회청색을 고르던 감각이 아직 조금 남아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