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 둔 문장
지난주 금요일 늦은 오후, 연구실 책상에서 2분반 김 학생의 수정 원고를 넘겼습니다. 과제 마감 뒤의 첨삭이라 눈이 쉽게 흐려졌고, 같은 문장을 읽고 또 읽어도 뜻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원고에는 단어를 바꾸고, 문단을 옮기고, 다시 처음 표현으로 돌아간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빨간 펜 뚜껑은 자꾸 책상 아래로 굴러갔습니다.
한쪽 여백에서 작은 글씨를 만났습니다.
“이 문장은 제가 아직 잘 모르겠는데, 지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는 아직 내가 선택한 것이 선택인지, 대답을 미룬 것인지 알지 못한다.
뜻이 흐린 문장에는 더 분명하게 쓰라고 적어 왔습니다. 주어가 무엇을 망설이는지, 선택과 유예가 어떻게 다른지 밝혀 보라고 쓸 수도 있었습니다. 그날도 빨간 펜을 들었습니다. 한참을 멈췄습니다. 문장을 완성시키려는 마음이 언제나 옳은가 싶었고, 아직 모르는 채로 문장을 남겨 두는 일도 쓰기의 일부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쉽게 허락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창가에 둔 종이컵의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고, 다음 원고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는 여백에 짧게 적었습니다. “조금 더 곁에 두어도 좋겠습니다.” 그 말을 쓰고 나니 첨삭이라기보다 내 문장에 붙이는 메모처럼 보였습니다. 오래 읽어도 열리지 않는 문장, 지우지 못해 원고 한쪽에 남겨 둔 문장이 내게도 몇 개 있습니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문장을 곁에 두고 읽어 본 적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