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한다는 말
“말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나 붙었어.”
점심 무렵 학교 도서관 계단에 앉아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같이 임용 얘기하던 과 동기였다. 부산에 있는 교육 관련 출판사라고, 아직 좀 얼떨떨하다고 했다.

축하한다고 했다. 진짜 잘됐다고도 했다. 통화를 끊고 나니 내가 축하한다는 말을 몇번 했는지 그게 먼저 생각났다.
독서실에 가져갈 한국사 책들을 꺼냈다가 시대별로 다시 세웠다. 이미 순서대로 있던 걸 고대, 고려, 조선으로 괜히 맞췄다. 표지가 자꾸 미끄러졌다.
5월 교생실습 이야기를 하던 저녁, 그 동기는 자기는 이쪽 길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는 그 말이 이렇게 빨리 다른 하루로 이어질 줄 몰랐다.
채용 공고를 찾아본 건 아니다. 그냥 퇴근 시간이 있는 하루를 잠깐 상상했다. 저녁 약속을 미루지 않아도 되고, 자고 일어나서 어제 외운 걸 잊었는지부터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창밖을 보다가 책상 위 수요일 날짜에 동그라미를 쳤다.
11월은 가까워지고 있다. 남의 시작을 축하할 때 마음은 왜 자꾸 내 쪽을 먼저 보는 걸까?